『한라생태숲』 짙은 숲 그늘에서 반짝이는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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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개에 청록색 띠가 선명한 나비가 젖은 바닥에 앉아 물을 빨아먹습니다. 윗날개 윗면에 까만 털이 밀생한 성표가 선명한 것이 수컷이군요.
땅바닥에 내려앉았던 나비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훌쩍 날아 허공을 선회하더군요. 그 사이 두릅나무를 휘감고 자라던 개머루 잎 위에는 작고 어여쁜 나방 한 마리가 해가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돋친 두릅나무 가지 안쪽 그늘에서 검푸른 동그란 열매들이 반짝입니다.
가까이 다가서다 보니 얼핏 피에로 모자처럼 생긴 열매가 보입니다. 긴 타원형 열매는 조만간 익으면 봉선을 따라 열매껍질이 벌어지며 품고 있던 종자를 내보이게 되지요.
그 너머로 익어서 벌어지는 열매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붉은색과 검푸른 종자가 함께 있으니 말입니다. 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붉은색인 것은 자라지 못한 종자이고 검푸른 것이 익은 종자입니다.
열매 안에서 덜 익은 열매와 익은 열매가 어우러진 빛깔이 어여쁘군요.
꽃은 지난 5-6월 사이에 하얗게 피었었지요. 살짝 그늘진 곳에서 알맞게 들이치는 봄 햇살을 맞으며 다소곳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참 고왔습니다. 새하얀 꽃잎들이 수술과 암술을 감싸 안듯 피어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지금은 어느새 짙어진 숲 그늘에서 아주 튀지도 않으면서 매력적인 빛깔의 열매를 내보이며 반짝이고 있습니다.
백작약은 꽃잎을 펼친 모습과 열매가 익어 벌어진 모습에서 사뭇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식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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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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