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잎도 없이 불쑥 솟구쳐 오른 꽃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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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솟구쳐오른 흑갈색 비늘줄기에서 녹색 포에 감싸인 붉은 물체가 비쭉 모습을 드러냅니다. 누구일까요?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어느새 길쭉하게 솟아오른 줄기 끝에 꽃봉오리들이 맺혀있습니다. 그런데 꽃줄기는 힘차게 뻗어 올랐는데 그 주변으로 잎이 보이지 않습니다.
줄기 끝에 올망졸망 모인 꽃봉오리들 중 가장 길쭉한 꽃봉오리부터 하나씩 펼쳐지기 시작하는군요. ‘제주상사화’꽃이 피었습니다.
식물 이름에서 상사화(相思花)란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꽃과 잎이 서로를 생각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줄기 끝에서 서로의 방향을 가로막지 않고 사방으로 활짝 펼쳐진 꽃들의 모습이 어여쁘네요.
벚나무숲에는 더 많은 꽃들이 피었습니다. 마침 꽃 속으로 파고드는 제비나비가 보이더군요. 사진 속에는 나비 한 마리만 보이지만 나비 외에도 꽃을 찾아오는 곤충들이 많습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습니다.
흐드러진 제주상사화 무리 중에는 벌써 시들어 버린 꽃들도 간혹 섞여 있지만 그 너머로 활기차게 피어나는 꽃들이 더 많습니다. 풀 사이로 쫑긋쫑긋 솟구치는 꽃줄기들이 많이 보이니 다음 주에는 벚나무숲 하부가 제주상사화꽃으로 뒤덮일 것 같네요.
8월에 잎도 없이 꽃줄기를 높이 밀어 올려 그 끝에 어여쁜 꽃들을 활짝 펼친 제주상사화는 오래지 않아 시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사라졌던 제주상사화는 1-2월에 야무지게 잎을 돋아내지요. 그 시기 이르게 돋아난 잎들은 하얀 눈에 덮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자라 5-6월에는 아주 무성하게 펼쳐집니다. 하지만 6월 이후 무성했던 잎들은 급격히 시들면서 자취를 감추는 듯 보이지요. 그 후 잠시 숨 고르기를 한 제주상사화는 8월경 저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펼쳐냅니다. 물론 잎은 꽃과 함께 돋아나지 않습니다. |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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