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반으로 접힌 모시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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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반으로 접힌 모시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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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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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반으로 접힌 모시풀 잎

       
       

 

부들과 애기부들 열매들이 익어가는 연못으로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며 바람이 불어오니 길쭉한 잎들이 흔들리며 물비늘이 일듯이 반짝입니다.

 

 

그런 연못의 가장자리 한편에서도 모시풀이 바람에 잎을 흔들 때마다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지요.

모시풀은 잎 뒷면에 솜털이 밀생해 흰빛이 돌며, 맥 위에 퍼진 털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시풀 중에 잎이 반으로 접힌 것들이 많습니다.

 

 

잎 표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하얗게 보이니 송편처럼 접힌 잎들이 여간 눈에 뜨이는 것이 아닙니다.

궁금해서 슬쩍 펼쳐보았더니 잎 안에서 쉬고 있던 애벌레 한 마리가 당황하여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바로 곁 모시풀의 잎은 조금 더 크고 치밀하게 접혀있더군요.

더군다나 밑부분이 뚫려있어 속이 살짝 보였습니다.

앞서 보았던 애벌레보다는 크기가 훨씬 크고 온몸에 돋은 가시모양 돌기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여러 개의 잎을 서로 붙이려는 종령애벌레가 보이더군요.

다름아닌 ‘큰멋쟁이나비’ 애벌레들입니다.

큰멋쟁이나비 애벌레는 느릅나무, 난티나무 등의 느릅나무과(Ulmaceae) 식물이나 거북꼬리, 모시풀, 개모시풀 등의 쐐기풀과(Urticaceae) 식물의 잎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8월 초 성충이 작은 연못 가장자리에 자라는 모시풀에 알을 많이 낳았던 모양이네요.

오래지 않아 종령애벌레는 모시풀 잎들을 붙이고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되겠네요.

은빛으로 변한 번데기는 각 배마디 마다 금색 돌기가 있어 아주 멋스럽습니다.

 

 

운이 좋으면 9월 초에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성충을 만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하지만 애벌레들이 먹이식물의 잎을 엮어 그 안에서 생활을 한다고 하여도 트인 공간이니 천적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맵시벌류나 좀벌류와 같은 천적들이 애벌레나 번데기에 알을 낳는 경우가 있어 무사히 번데기가 되었다고 해도 날개를 펴지 못하고 기생 당하여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사이 홀연 모시풀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연못 가장자리 바위로 큰밀잠자리가 날아와 앉더군요.

잠자리는 한참 동안 바위 위에서 볕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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