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어두운 숲속을 밝히는 애기천마, 발에 밟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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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어두운 숲속을 밝히는 애기천마, 발에 밟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2.01.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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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난초과 식물..세계에 약 65종 자생, 우리나라에는 단 1종만 분포

 

애기천마.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로도 애기천마는 식물의 개체가 아주 작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식물 중 기본의 되는 식물에 비해서, 비슷한 식물이지만 개체가 작을 때 “애기, 좀, 왜” 라는 말을 사용하여 이름을 짓는데 “애기, 좀, 왜” 라는 말을 사용하여 이름이 지어진 경우는 기본의 되는 식물체에 비해서 작은 식물체라는 뜻이다.

식물체에서 “애기, 좀, 왜” 라는 말을 사용하여 이름이 지어진 여러 식물들이 있다.

 

“애기”라는 말을 사용하여 식물의 이름을 지은 경우는,

애기가래, 애기고추나물, 애기골무꽃, 애기괭이눈, 애기괭이밥, 애기기린초, 애기꼬리고사리, 애기나리, 애기나비나물, 애기나팔꽃, 애기낚시제비꽃, 애기노랑토끼풀, 애기달맞이꽃, 애기도라지, 애기땅빈대, 애기똥풀, 애기마디풀, 애기메꽃, 애기며느리밥풀, 애기무엽란, 애기물꽈리아재비, 애기바늘사초, 애기버어먼초, 애기범부채, 애기봄맞이, 애기부들, 애기사철란, 애기석위, 애기솔나물, 애기송이풀, 애기수영, 애기쉽싸리, 애기쐐기풀, 애기아욱, 애기앉은부채, 애기일엽초, 애기자운, 애기장구채, 애기장대, 애기중의무릇, 애기참반디, 애기천마, 애기탑꽃, 애기풍선난초, 애기향유, 애기황새풀.......등이다.

 

“좀”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식물의 이름을 지은 경우는,

좀가지풀, 좀개미취, 좀개불알풀, 좀개소시랑개비, 좀고추나물, 좀꿩의다리, 좀다닥냉이, 좀닭의장풀, 좀담배풀, 좀돌팥, 좀딱취, 좀딸기, 좀매자기, 좀명아주, 좀미역고사리, 좀민들레, 좀바위솔, 좀보리사초, 좀비비추, 좀설앵초, 좀송이고랭이, 좀씀바귀, 좀양지꽃, 좀어리연꽃, 좀쥐손이, 좀향유, 좀현호색.......등이다.

“왜”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식물의 이름을 지은 경우는,

왜개싱아, 왜개연꽃, 왜떡쑥, 왜모시풀, 왜미나리아재비, 왜박주가리, 왜솜다리, 왜승마, 왜우산풀, 왜제비꽃, 왜졸방제비꽃, 왜지치...... 등이다.

한여름 짙은 어두움이 두리워진 숲속에서 통통하고 애기 손가락만한 식물체들이 땅을 비집고 올라온다.

 

애기천마다.

이 식물은 붉은색과 황색의 중간색을 한 식물체들이다.

깊은 산 어둠침침한 숲속을 환하게 손가락을 펴서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체다.

처음 이 식물체를 대할 때는 이게 뭐지.....?

혹시 버섯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버섯과 흡사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 식물의 이름이 애기천마였다.

작아도 너무 작은 이 식물체는 황갈색 빼고는 다른 색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식물체다.

 

그런데 이 식물체는 이끼나 버섯이 아니고 들풀이다.

버섯이 아니고 들풀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면 도저히 들풀 닮은 데가 한 곳도 없으므로 이해하기 힘든 식물체다.

거기다 이 식물체가 식물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난초과 식물이라는 말에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된다.

아주 작고 버섯처럼 생긴 이 식물체는 버섯이 아니고 난초과 애기천마속에 속하는 들풀이다.

이 식물체는 천마(天麻)처럼 볕이 거의 들지는 않지만 습기가 있는 낙엽수림 아래 썩은 식물체에 기생하며 자라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부생식물(腐生植物)은 광합성(光合成)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엽록체(葉綠體)를 가지지 않고 있고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낙엽 속에서 자라므로 사람들은 낙엽 위를 밟고 지나가면서도 그 속에서 애기천마와 같은 부생식물(腐生植物)들이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

부생식물(腐生植物)들이 제주지역 모든 곳에 분포해서 자라지 않고 아주 한정된 곳에서 자라는데 자라는 곳이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거나 빗물로 쓸려가기 십상인 곳일 때는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식물들이 자라는 데에는 영양소가 필요하다.

대부분 식물(植物)들은 엽록체(葉綠體)를 가지고 있어서 엽록체에서 광합성(光合成)을 하여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고 있다.

식물들은 엽록체(葉綠體)에서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하여 식물체의 성장에 필요한 유기물을 합성하는 광합성(光合成)을 한다.

광합성(光合成)을 하지 않는 식물들도 있다.

이러한 식물들을 기생식물 (寄生植物), 부생식물(腐生植物)이라고 한다.

 

기생식물(寄生植物)과 부생식물(腐生植物)은 엽록체(葉綠體)가 없기 때문에 광합성을 하지 않으므로 식물체의 색이 녹색(綠色)이 아닌 흰색이나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으로 나타난다.

기생식물(寄生植物)들은 엽록소(葉綠素)가 없으므로 일반적인 식물의 광합성(光合成)과 다른 방법을 통해서 식물체가 필요로 하는 유기물(有機物)을 얻고 있는데 이들 식물체는 변형된 뿌리를 이용해서 숙주식물(宿主植物)의 관다발에서 양분을 흡수하고 있다.

기생식물(寄生植物) 외에 또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는데 이를 부생식물(腐生植物)이라고 한다.

부생식물(腐生植物)은 사물기생식물(死物寄生植物)이라고 한다.

이들 식물들은 동식물의 사체(死體)나 배설물(排泄物)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여 양분을 얻는 식물들을 말한다.

부생식물(腐生植物)들은 생태계에서 분해자 역할을 하므로 자연계의 물질순환(物質循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생식물(腐生植物)로는 나도수정초, 구상난풀, 수정난풀, 한라천마, 무엽란, 천마, 애기천마, 버어먼초, 애기버어먼초, 영아리난초, 대흥란, 영주풀, 긴영주풀 등이 이에 속한다.

애기천마는 부생식물(腐生植物)중 하나로 애기처럼 작은 천마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애기천마는 세계에 약 65종이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종만 분포하고 있는 귀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전라도 일부지역을 빼고는 모두 한라산 중간 지대인 해발 600m지점에서 자란다.

낙엽수림이 우거지고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들이 땅위에서 이불역할을 하는 지역에서 썩은 나무와 썩은 낙엽을 양분으로 만들면서 자라는 들풀이다.

한라산 중간 지대에 자라는 식물들을 살펴보면, 상록수로는 동백나무, 곰솔, 삼나무, 측백나무, 먼나무, 모새나무, 황칠나무, 붉가시나무, 왕모람, 겨울딸기, 마삭줄 등이 자란다.

낙엽수로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예덕나무, 자귀나무, 누리장나무, 말오줌때, 고로쇠나무, 정금나무, 으름, 멀꿀, 산목련, 윤노리나무가 자란다.

양치식물로는 골고사리, 가는쇠고사리, 십자고사리, 개면마, 누운괴불이끼, 실고사리, 탐라사다리고사리 등이 자란다.

초본(草本)으로는 개모시풀, 딱지꽃, 큰개별꽃, 덩굴용담, 참억새, 천남성, 애기천마, 털사철란, 사철란, 섬사철란, 붉은사철란, 두잎약난초, 한라옥잠난초, 한라감자난초, 보춘화, 제주노랑무엽란, 제주무엽란 등이 자란다.

 

이 지역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및 보호 야생식물인 한란, 만년콩, 죽절초, 무주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산림청 지정한 희귀식물 및 특산식물로 백량금, 한라개승마, 콩짜개란, 한라새우난초, 사철란, 여름새우난초, 소귀나무, 제주무엽란, 솔비나무, 제주양지꽃, 민양지꽃, 세바람꽃, 조팝나무, 솔비나무, 황칠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수많은 식물들이 뭉쳐 사는 곳이 한라산 중간지역이다.

한라산 중간지역에서 남쪽은 한겨울에도 한라산이 추운 냉기를 막아주어 기온이 높으므로 부생식물들이 살아가는데 최적의 조건이 마련되는 지역이다.

제주도에서 자생을 하는 부생식물들 대부분이 한라산 남쪽 지역에 분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한라산 남쪽 중간지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넓은 장소라고 할 수가 없는데 좁은 장소에 제주특산식물들이 몰려 있다 보니 꽃이 피는 철마다 육지지역의 야생화 사진가들이 몰려오고 한라산 둘레 길을 걷는 사람들, 숲길을 걷는 사람들로 좁은 장소는 더욱 북적거리게 된다.

 

이 때문에 손가락 크기의 아주 작은 식물체들은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

밟고 밟히는 일들이 하루에도 부지기수로 당하다 보니 식물체가 싹을 틀 여유마저 잃게 된다.

거기다 한라산에 비가 오게 되면 시간당 몇 십mm 폭우가 쏟아져 작은 식물체가 자리 잡은 곳이 운수 나쁘게 물길이 되는 경우 살아남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 작은 식물체 중에 애기천마도 속해 있다.

애기천마.

애기천마는 아주 작은 천마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8월에 싹이 트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는 식물이다.

애기천마는 난초과 애기천마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썩은 생물체에서 양분을 취하는 부생란이다.

애기천마는 황갈색으로 키가 5~10㎝정도인데 두툼한 땅속줄기가 땅위로 나와 곧게 자라면서 줄기에서 옷걸이처럼 가지가 나오는데 가지에는 마디가 있는데 울퉁불퉁하게 생겼고 잔털도 있으며 비늘잎도 있다.

줄기가 나오고 나면 줄기 위쪽 가지에 연한 갈색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애기천마의 큰 꿈

 

빛이 줄기라면

명주실만 한 빛줄기 기다리고

비가 물이라면

잠자리 눈물만큼의 이슬비 기다리고

게슴츠레한 숲에서

필요한 것 얼마나 있기에

꿈이 필요할까마는

아기가 꾸는 꿈은 무조건 큰 꿈

바람도 안 부는데 낙엽 삭는 소리에

일찍 깰라 조심스럽다.

(유유님의 시 “애기천마의 큰 꿈”을 옮겨오다.)

 

 

애기천마는 우리나라에서 제주에서 만큼 많이 자라는 식물체가 아니므로 애기천마가 피었다는 소식이 전국에 전해지면 열일 제쳐 놓고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 작은 식물체들에게는 큰 해독을 끼치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겨난다.

작아도 너무 작은 식물체를 촬영하려면 식물체 앞에서 쪼그려 앉거나 엎드려서 사진을 찍어야 하므로 작은 식물체 주변에서 조금 늦게 나오려는 다른 식물체는 누르는 압력에 의해서 죽고 말거나 씨앗들이 싹을 틔우지 않는다.

사람들이 식물체가 자라는 특정 장소에 오래 머물면서 밟게 되면 이 식물들이 성장에 크게 방해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지지난해보다 지난해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작은 식물체들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이 시즌이라고 하여 몰려 온 자리에서는 다음해엔 이 식물체를 볼 수 없게 되고 그런 후 몇 년 동안 사람들이 발길이 끊기면 식물체들이 뿌리를 열어 싹을 틔우거나 땅속에서 깊은 잠을 자던 씨앗들을 발아시켜 식물체들이 다시 소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식물체를 찾아서 전전하던 사람들이 다시 싹이 튼 장소로 몰려오게 되고 그런 일이 생기면 또 몇 년간 이 식물체가 자생지에서 사라지고 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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