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합다리나무 잎으로 집을 만든 애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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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가장자리에서 줄딸기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더군요.
빨간 열매를 먹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는데 바로 그 아래 매달렸던 노린재 약충 한 마리가 놀랐는지 허둥댑니다. 이미 노린재가 맛을 본 모양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어린 합다리나무가 붉은빛 감도는 잎을 펼치고 있더군요. 모습이 푸릇푸릇합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바라보니 어린잎을 누군가 갉아 먹은 흔적이 뚜렷합니다. 게다가 잎 끝부분을 접어 구멍 난 집을 만들어 놓았네요.
다른 잎에도 구멍 뚫린 집이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안에서 집주인이 쉬고 있습니다.
마침 줄기를 타고 이동을 하는 애벌레를 한 마리 발견했습니다.
애벌레는 나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연하게 느껴지는 잎을 선택하고는 끝부분부터 야금야금 먹기 시작하였지요.
어린나무에 매달린 애벌레 집 중에 가장 커 보이는 것을 살펴보았더니 그 안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립니다.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애벌레입니다. 애벌레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성충이 되어 날개를 펼칠 때의 빛깔과 모양이 아주 아름다운 나비입니다. 애벌레는 몸 크기가 커지면서 점점 큰 집을 만들면서 이사를 합니다. 나뭇잎을 ‘∧’모양으로 잘라 오므린 다음 서로 붙여 텐트 모양의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생활을 합니다. 충분히 자라면 집 안에서 번데기가 됩니다.
집 안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애벌레가 갑자기 머리를 아래로 향해 움직이더군요. 그리고는 아래쪽 잎을 조금 갉아 먹다가 천천히 뒷걸음으로 잎자루 근처까지 가서 잎을 야금야금 갉아 먹으면서 끝내는 잎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이 잎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일까요? 하기야 나뭇가지마다 잎들이 많았습니다.
주변을 살피다가 키 큰 합다리나무와 마주하게 되었지요. 합다리나무는 높이 10m정도의 큰 키로 자랍니다. 6월에 꽃이 핍니다. 가지 끝에서 원뿔모양꽃차례를 이루지요. 마주한 나무의 꽃차례들은 아직 꽃잎을 펼치지 않았더군요. 숲을 조금 더 둘러보면 꽃을 펼치고 온갖 곤충들을 불러 모으는 합다리나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성충은 한 해에 두 번(5-6월, 7-8월) 나타납니다. 애벌레는 나도밤나무과(Sabiaceae)식물인 나도밤나무 또는 합다리나무의 잎을 먹으면서 자라지요. 그러니 이 나무들을 관찰하다 보면 알을 낳는 성충과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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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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