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화산 폭발 당시 현장을 보는 듯..고산1리 수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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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화산 폭발 당시 현장을 보는 듯..고산1리 수월봉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3.04.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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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4일에는 유네스코가 인증한 제주도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고산1리 수월봉

 

• 천연기념물 제513호(2009.12.11. 지정) 수월봉 화산쇄설층(水月峰 火山碎屑層)
• 위치 ;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산3616-1번지 등

 

고산1리_수월봉화쇄난류
고산1리_수월봉단애

 

화산섬 제주의 가장 서쪽 끝머리에 위치한 수월봉은 높이 77m의 기복이 낮은 언덕 형태의 오름이다. 수월봉은 원래 높고메오름 또는 높구메오름, 녹고(노꼬)메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1702년에 만들어진 탐라순력도의 한라장촉에는 지금의 수월봉이 高山이라고 나타나 있다. 이는 고산리(高山里)라는 마을 지명의 어원이기도 하다.

수월봉의 이름 유래를 보면, 수월공(水月公) 고지남(高智男)의 후손들이 수월공 묘를 잃어 버렸는데 그 손자 고의복(高義福)의 묘를 이곳에 이묘하고 수월공의 호를 따서 수월악(水月岳)이라 칭하다가 수월공의 사령비를 세우면서 수월봉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오성찬, 제주토속지명사전)

수월봉의 특징은 깎아지른 듯한 단애인데 여기에서는 아름다운 층리를 관찰할 수 있으며, 단애의 바위 틈에서 노꼬물이라는 샘물이 흘러나오는데 이 물에는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의 애틋한 사연이 전해 온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의좋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온갖 약에도 차도가 없이 악화될 뿐이었다. 남매가 근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대 지나가던 스님이 어머니의 병에 달여 먹으면 낫는다며 여러 가지 약초를 가르쳐 줬다.

남매는 산과 들을 누벼 약초를 캐 왔으나 한 가지 오갈피라는 약초를 구하지 못했다. 안타깝게 찾아 헤매던 끝에 수월봉 벼랑 중간쯤에 오갈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이 수월이가 동생 녹고의 손을 잡고 아슬아슬한 벼랑을 내려갔다.

수월이는 약초를 캔 뒤 동생에게 건네주며 기쁨에 넘친 나머지 동생의 손을 놓치며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녹고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이곳에서 열이레를 울며 지새웠는데, 누이를 부르며 한없이 흘리던 녹고의 눈물은 바위 틈을 흘러 ‘노꼬물’이 됐다.(제민일보 4327. 12. 8.)

수월봉은 영(靈)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1970년대 초 수월봉 중턱에서 발견된 영산비(靈山碑)에서 옛사람들의 이런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영조 33년(1757)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이 비에는 〈高近山에는 靈이 있으므로 耕作을 禁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제민일보․제주일보 2000년 11월 21일)

이 지역은 약 20,000년 전에는 육지여서 한반도와도 연결되어 있던 곳인데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했기 때문에 바다가 된 지역이다. 18,000년 전 수월봉 앞 바다 속 화구(화구의 외륜산은 수월봉-당산봉-차귀도를 잇는 선)에서는 1300℃가 넘는 마그마가 상승하다가 바닷물을 만났다.

뜨거운 마그마는 급히 식고 물은 끓게 되는데, 이 반응은 매우 격렬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용암은 작은 알갱이로 나누어지면서 굳어졌다. 이 작은 알갱이들이 쌓인 것이 화산쇄설물퇴적층이고, 이 층이 파도에 침식되어 깔린 것이 수월봉 바닷가에 있는 검은 모래이다.

이처럼 수성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수월봉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해수면 상승으로 오름(화산체) 대부분이 사라졌고, 지금은 초승달 모양의 해안 절벽만이 병풍을 두르듯 남았다. 그래서 수월봉은 높이 77m의 작은 언덕 형태를 띠고 있다.

화산쇄설성퇴적층으로서 수성화산활동 수중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오름은 이외에도 성산일출봉, 송악산(절울이오름), 당산봉, 우도봉 등이 있다.

수월봉은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응회환(수성화산 분출에 의해 높이가 50m 이하이고, 층의 경사가 25° 보다 완만한 화산체)이다. 화산 분출의 중심은 수월봉-당산봉-차귀도를 잇는 구역의 중심인 바다이다.

약 18,000년 전 지하에서 상승하던 마그마가 물을 만나 강력하게 폭발하여 뿜어져 나온 화산재와 모래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형성된 응회환의 일부로서 서쪽 해안선을 따라 화산쇄설층(화산의 분출에 의해 지표에 노출된 고체 물질)의 내부 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수월봉 화산쇄설층은 화쇄난류라 하는 독특한 화산재 운반 작용에 의해 쌓인 화산체로서 거대 연흔 사층리 구조, 화산암괴가 낙하할 때 충격으로 내려앉은 탄낭구조(층리가 구덩이처럼 내려앉은 모양)는 화산 폭발 당시 현장을 보는 듯하다.

화쇄난류(火碎亂流)는 화산쇄설물 운반의 중요한 방법이자 화산재해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분출 직후의 화쇄난류는 화산분출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분화구 가까이에선 급격히 쌓여 괴상층이 만들어지지만 분화구에서 멀어져감에 따라 화산분출물의 함량이 적어지고 견인퇴적이 일어나 판상층리와 거대연흔 사층리 그리고 판상엽층리 등의 구조들이 차례대로 만들어 진다.

이처럼 수월봉 쇄설층의 노두(암석이나 지층이 지표상에 노출된 부분)는 해안 절벽을 따라 연장성이 뛰어나다.

수월봉 화쇄난류층은 세계 최고의 노두로 인정받아 수월봉의 화산 활동은 물론 응회환의 분출과 퇴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현장 자료로 세계의 지질학과 화산학의 교재에도 소개되고 있다.

유네스코에 세계 지질 공원 인증을 신청할 당시의 명칭은 수월봉 응회환[Suweolbong Tuff Ring]이었다. 그러나 수월봉 화산 쇄설층으로도 불리는 것은 화산 폭발 당시 형성된 응회환의 원형이 파도 등에 의해 상당 부분 파괴되어 현재는 응회환의 서측부 일부만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월봉은 제주시 남서쪽, 모슬포 북서쪽에 위치하며 동쪽으로는 제주도에서 가장 넓은 규모인 3㎢에 이르는 평야 지대가 있다. 화산체의 서반부(西半部)가 연안 조류와 해식 작용 등으로 깎여나간 서안(西岸) 일대는 길이 1.5㎞에 이르는 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 장관을 이룬다.

수월봉의 화산쇄설암층에서는 수백~수천 번에 걸쳐 폭발하면서 생긴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판상의 층리, 화산암괴가 낙하할 때 충격으로 이미 생성된 층리가 패이면서 생긴 탄낭 등의 구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화산쇄설물이 화산가스나 수증기와 뒤섞여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빠르게 지표면 위를 흘러가며 쌓은 거대한 연흔(물결자국= ripples), 사층리 구조가 매우 확실하다. 이런 구조들은 수월봉의 화산활동은 물론 전세계 응회환의 분출과 퇴적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

수월봉에는 서쪽 해안 절벽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탄낭구조가 장관이다. 탄낭 구조는 화산 폭발에 의해 하늘로 뿜어져 올라갔던 큰 암편들이 화산재 층위에 떨어져 형성된다.

큰 암편은 화구 가까이에 떨어지는 반면, 작은 암편은 멀리까지 날아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수월봉의 탄낭 구조는 여러 개의 지층을 뚫고 있는데 당시 지층이 물렁물렁한 상태로 쌓였음을 알 수 있다.

수월봉 육각정에서 500m 남쪽 해안에는 사층리(斜層理)가 잘 발달하여있다. 사층리는 수평으로 쌓인 주된 지층에 대하여 기울어진 층리를 말하는데 수월봉의 경우 건조한 화쇄난류에 의해 형성되었다.

해안을 따라 100m 남쪽으로 내려오면 알갱이도 작고 암석층의 두께도 얇은 평행 층리가 발달해 있는 지층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지층은 화산 폭발 당시 분화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쌓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월봉 화산 쇄설층은 '화산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Volcanoes)' 등 화산학 교과서와 지질학 교과서에 중요하게 소개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지질학적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2009년 12월11일 천연기념물 제513호로 지정되었다.

이듬해인 2010년 10월4일에는 유네스코가 인증한 제주도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지질공원이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장소로 교육과 관광이 활발히 이루어져 지역사회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네스코 프로그램이다.
《작성 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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