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헤아리는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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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헤아리는 친절함
  • 박혜정
  • 승인 2023.05.1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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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박혜정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박혜정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여느 때처럼 퇴근 후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승객이 몸을 일으켜 한참이나 버스 창문 위에 붙어있는 노선도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 지역 사람이 아니거나 이 버스를 처음 타봐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잘 모르는 승객이었을 것이다.

한참을 노선도를 들여다보던 승객은 결국 기사님께 ‘OO마트에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버스 종점에서 가까운, 동네 주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길가의 큰 마트였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짜증을 내며 ‘우리가 택시 기사도 아닌데 정해진 노선만 알지 모든 건물을 어떻게 아느냐’고 다짜고짜 승객에게 화를 냈다. 기사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당황한 승객은 처음에는 같이 화를 내며 싸우다가 버스 기사가 물러서지 않자, 승객 쪽에서 먼저 말싸움을 그만하자고 기사를 달랬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그 승객에게 어디서 내리면 될지를 알려주었고 말다툼은 일단락되었다.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았을 때 버스 기사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승객이 무례하게 질문한 것도 아니었고, 별로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왠지 두 명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갔다.

어쩌면 그 버스 기사는 오늘 하루종일 비슷한 질문을 하는 수많은 승객들에게 시달렸을 것이며, 운이 나빠 접촉사고가 났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며 버스기사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닌 친절의 마음자세를 되새겨보려 한다. 공직자로서 민원인 혹은 직장동료를 마주할 때 상대방이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배려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해라, 그 어느 때라도.’ 어느 책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려 본다. 공직자로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상대방을 이해해주는 것, 미처 모르고 있을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려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친절이라는 마음가짐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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