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복의 인문학이야기] “한시(漢詩)로 읽는 제주 역사”(7-4)-7. 충암(冲庵) 김정(金淨)의 ‘제주 유배시’ 3수(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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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복의 인문학이야기] “한시(漢詩)로 읽는 제주 역사”(7-4)-7. 충암(冲庵) 김정(金淨)의 ‘제주 유배시’ 3수(1521)
  • 현행복 (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 승인 2024.04.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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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어 옮김[編譯] ‧ 마명(馬鳴) 현 행 복(玄行福)

한학자이자 음악가이기도 한 마명(馬鳴) 현행복 선생이 최근 충암 김정, 규암 송인수, 청음 김상헌,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등 오현이 남긴 업적과 흔적에 대해 이를 집대성해 발표한 이후 다시 '현행복의 인문학이야기'를 주제로 새로운 연재를 계속한다. 한시로 읽는 제주 역사는 고려-조선시대 한시 중 그동안 발표되지 않은 제주관련 한시들을 모아 해석한 내용이다. 특히 각주내용을 따로 수록, 한시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편집자주)

 

“한시(漢詩)로 읽는 제주 역사”<7>

엮어 옮김[編譯] ‧ 마명(馬鳴) 현 행 복(玄行福)

 

7. 충암(冲庵) 김정(金淨)의 ‘제주 유배시’ 3수(1521)

 

(이이서 계속) 

 

【해석(解釋)】

(7)

仇池禹穴傳神蹟(구지우혈전신적) 구지산, 우혈에선 우임금다운 자취 전하는데

惜許絶境訛圖經(석허절경와도경) 애석히도 절경(絶境)이라 도경(圖經)엔 빠졌구나.

蘭橈拏入㩳神形(난요나입송신형) 조각배 노 저어 들어가니 심신(心身)이 쭈뼛하고

鐵笛吹裂老怪聽(철적취열노괴청) 쇠 피리 요란히 불어대니 늙은 용이 듣는구나.

※ 운자 : 평성(平聲) ‘靑(청)’운 - 經, 聽

 

【해설(解說)】

구지산(仇池山)은 중국 감숙성(甘肅省) 성현(成縣) 서쪽에 위치해 있고, 우혈(禹穴)은 회계산(會稽山) 정상에 남아있는 우(禹)임금의 유적이다.

한편 ‘전신(傳神)’이란 단어는 본래 초상화 기법에 쓰이던 말이었다. 곧 이 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동진(東晉) 시대 화가 고개지(顧愷之, 345~406)이다.

그는 초상화를 그리면서 몇 년 동안 눈동자를 찍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그림 속에 정신을 전해서 살아나게 하는 것이 바로 눈동자 속에 있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래된 ‘전신사조(傳神寫照)’란 말은, 결국 그림 속에 내면의 정신까지 담아 표현해 난다는 뜻으로 널리 회자되면서 초상화 화법의 전범(典範)처럼 인식하기에 이른 것이다. 곧 ‘~다운 모습을 그려냄’이 ‘전신(傳神)’의 함의(含意)인 것이다.

<그림 (19)> 중국 회계산 정상의 우혈(禹穴) 유적

 

<우도가>의 일곱 번째 절(絶) 셋째 구의 ‘난요(蘭橈)’는 목란(木蘭)의 노를 지칭하는 말이긴 해도 여기서는 조각배를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주간명월이란 우도의 바다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선 조그만 조각배가 아니고선 그곳으로의 출입이 도저히 불가능한데, 동굴 입구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이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을 두고 ‘송신형(㩳神形)’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림 (20)> 우도의 바다 동굴 ‘주간명월(晝間明月)’ 입구 (* 필자 촬영)

 

이 동굴에 서식하는 ‘노괴(老怪)’란, 다름 아닌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 ‘신룡재처(神龍在處)’라 했고,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표현대로 ‘독룡잠처(毒龍潛處)’라 했던 바로 그곳의 늙은 용이 그것이다.

한편 숙종 때 제주 목사였던 이형상(李衡祥)은 그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서 화폭의 그림을 통해 소개하길 ‘어룡굴(魚龍窟)’이라 했다.

<그림 (21)>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우도조점(牛島操點)> 부분 확대

 

【해석(解釋)】

(8)

水咽雲暝悄愁人(수열운명초수인) 물 오열하고 구름 짙어 사람을 근심에 빠뜨리고,

歸來怳兮夢未醒(귀래황혜몽미성) 돌아오려니 황홀해 아직도 꿈속인 듯 몽롱하구나.

嗟我只道隔門限(차아지도격문한) 아, 난 문이 막혀있어 나갈 수 없다고 해야 하나!

安得列叟乘風泠(안득열수승풍령) 어찌하면 열자처럼 맑은 바람 타 맘껏 날아볼까.

※ 운자 : 평성(平聲) ‘靑(청)’운 - 醒, 泠

 

【해설(解說)】

이제까지 상상 속에서나마 우도의 바다 동굴을 나름대로 활보하며 환상에 빠져 즐겁기만 하던 상황이 막상 작자 자신의 유배 공간인 현실로 돌아오려니 절규 아닌 외침이 터져 나온다. 그게 바로 “아, 난 문이 막혀있어 나갈 수 없다고 해야 하나[嗟我只道隔門限]”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편에 보면, “열자(列子)가 바람을 몰고 하늘 위로 올라가서 가뿐하게 보름 동안쯤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땅 위로 내려오곤 하였다.[夫列子 御風而行 泠然善也 旬有五日而後反]”라고 했다.

위리안치(圍籬安置)에 처한 유배인의 처지에서 걸어서는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바에야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신선들처럼 현재의 삶의 공간을 오롯이 뛰어넘고 싶은 간절한 희망을 에둘러 이렇게 표현했던 게 아닌가.

“어찌하면 열자(列子)처럼 맑은 바람 타고 맘껏 날아 볼까.[安得列叟乘風泠]”

<그림 (22)> 열자상(列子像) - 작자 미상

 

우리에게 《홍길동전(洪吉童傳)》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인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은 자신의 저서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실린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충암의 <우도가> 시를 두고 이렇게 품평하는 글을 남겼다.

“그의 <우도가(牛島歌)>는 심오하고 황홀하며 미묘하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며 가진 재치를 다 부렸다. 그래서 신기재(申企齋)는 그를 추존(推尊)하여 장길(長吉)에게 견주었다.[其牛島歌 眇冥惝怳 或幽或顯 極才人之致 申企齋推以爲長吉之比也]”

여기서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이 추존해 견줄만하다고 언급한 장길(長吉)은 당(唐)나라 때 요절한 천재 시인 이하(李賀)를 두고 이름이다.

아마도 그가 요절한 천재 시인이란 점과 더불어 그의 시풍이 귀신 세계라는 독특한 소재를 특이한 시어들로 생생하게 그려내어 후세의 문인들 여럿에게 주목받았던 인물이었기에 충암에 빗대어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한편 <성수시화>에 실린 또 다른 글에 보면 어느 날 양경우(梁慶遇)란 이가 허균을 찾아와 대화를 주고받던 중, “우리나라에서 누가 칠언고시(七言古詩)를 가장 잘하는가.”란 질문을 했고, 이에 즉답을 피하자 다시 “그렇다면 충암의 <우도가>는 어떻소?”라고 되묻자 이에 대답하기를, “<우도가>는 기이하면서도 분위기가 스산하다.[牛島歌奇而晦]”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렇듯 충암 김정의 <우도가>는 당시 중앙 조정을 비롯한 사계(斯界)의 관심 있는 이들로부터 상당히 비중 있게 주목을 받았던 작품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림 (23)> 당(唐) 천재 시인 이하(李賀)

 

다. 임절사(臨絶辭)

【원문(原文)】

<그림24 > 《충암선생집(冲庵先生集)》(5) <br>
<그림24 > 《충암선생집(冲庵先生集)》(5)

 

【판독(判讀)】

臨絶辭

投絶國兮作孤魂 遺慈母兮隔天倫 遭斯世兮

殞余身 乘雲氣兮歷帝閽 從屈原兮高逍遙 長

夜冥兮何時朝 炯丹衷兮埋草萊 堂堂壯志兮

中道摧 嗚呼 千秋萬歲兮應我哀

 

【해석(解釋)】

 

<임절사(臨絶辭)>

投絶國兮作孤魂(투절국혜작고혼) 절도(絶島)에서 몸을 던져 외로운 넋이 되매

遺慈母兮隔天倫(유자모혜격천륜) 모친 홀로 남겨둔 채로 천륜(天倫)을 어기누나.

遭斯世兮殞余身(조사세혜운여신) 이런 세상 만나서 이 한목숨 다할진대

乘雲氣兮歷帝閽(승운기혜역제혼) 구름 기운 얻어 타 천제(天帝) 문전 밟아보고.

從屈原兮高逍遙(종굴원혜고소요) 굴원(屈原)을 쫓아 높은 곳도 거닐어보련다.

長夜暝兮何時朝(장야명혜하시조) 어둡고 긴긴 밤은 언제 새려나.

炯丹衷兮埋草萊(형단충혜매초래) 사무치는 붉은 마음, 잡초 속에 묻혀두고

堂堂丈夫兮中道摧(당당장부혜중도최) 당당한 장부(丈夫)의 지조, 중도에 꺾이누나.

嗚呼(오호) 아, 슬프다.

千秋萬歲兮應我哀(천추만세혜응아애) 천년만년 지나서 내 슬픔 응당 알아주리라.

※ 운자 : (1)평성(平聲) ‘元(원)’운 - 魂, 閽 (2)평성(平聲) ‘眞(진)’운 - 倫, 身 (3)평성(平聲) ‘蕭(소)’운 - 遙, 朝 (4)평성(平聲) ‘灰(회)’운 - 摧, 哀

 

【해설(解說)】

충암 김정은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한 지 1년 2개월 만인 중종 16년(1521) 10월에 사약을 받았다. 향년 36세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된 그는 죽음에 앞서 시 한 편을 남겼다. 자신의 비통한 심경을 초사풍(楚辭風)의 시체(詩體)에 담아 표현해낸 것이 바로 이 <임절사(臨絶辭)>이다. <끝>

 

 

<각주 모음>

1) 충암(冲庵) 김정(金淨, 1486~1521)은 자가 원충(元沖)으로 본관은 경주(慶州)이며 병오(丙午, 1486)년에 충청북도 보은(報恩)에서 태어났다. 사마시(司馬試)를 합격하고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벼슬이 형조판서에 이르렀다. 중종 14(1519)에 일어난 기묘사화(己卯士禍)에 연루되어 극형에 처해졌으나 영의정 정광필 등의 옹호로 금산에 장배(杖配)되었다가 이듬해에 제주로 이배(移配)되었다. 12개월 동안 제주에 위리안치되어 있으면서 <제주풍토록>, <도근천수정사중수권문>, <우도가> 등의 작품을 남겼다. 제주 오현(五賢)의 한 사람으로 귤림서원에 배향되기도 했다.

2) 鬖髿(삼사) : 머리털이 흐트러진 모양. 인신하여, 초목의 가지와 잎이 어지러이 흐트러진 모양의 비유.

3) 身() : 원주에 다른 본에는 으로 되어 있다.[一本作形]”라고 했다.

4) 断() : 원주에 다른 본에는 로 되어 있다.[一本作絶]”라고 했다. 여기서 ()’()’의 속자(俗字)이다.

5) 人世用(인세용) : 원주에 다른 본에는 嗟已矣로 되어 있다.[一本作嗟已矣]”라고 되어 있다. 그 뜻은 , 끝났구나!’란 뜻이다.

6) 査牙(사아) : ‘揸枒(사야)’와 같은 자로서, 뒤섞여서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을 나타낸다. 들쭉날쭉한 채 생긴 모습 그대로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7) 海仙槎(해선사) : 바다 신선이 타는 뗏목. 한무제(漢武帝) 때 장건(張騫)이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가서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을 때 타고 간 뗏목으로, 흔히 사신(使臣)이 타고 가는 배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8) 去() : 원주에 다른 본에는 로 되어 있다.[一本作過]”라고 했다.

9) 頼有(뇌유) : 다행히. ~덕분에. ~에 힘입어. 여기서 ()’()’의 속자(俗字)이다.

10) 欲() : 원주에 다른 본에는 로 되어 있다.[一本作爲]”라고 했다.

11) 程() : 원주에 다른 본에는 으로 되어 있다.[一本作天]”라고 했다.

12) 暍() : 원주에 다른 본에는 로 되어 있다.[一本作渴]”라고 했다.

13) 斤() : 원주에 다른 본에는 으로 되어 있다.[一本作村]”라고 했다.

14) 商火煮(상화자) : ‘장사치들이 불을 땜이란 뜻으로, 곧 행상들의 밥 짓는 땔감용이란 의미를 상징한 말이다. 혹은 여기서 ()’이란 자가 오성(五聲)의 하나로 본다면, 이는 오행(五行)의 금()과 통하고, 가을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의 해석을 가을 불볕 뜨거운데라고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송()나라 학자 구양수(歐陽修)<추성부(秋聲賦)>에 보면, “상성(商聲)이 서쪽 음악을 주관하는데, ()은 상()하게 하는 것이다. 만물이 이미 늙어서 상심하는 것이고, 만물이 성한 때를 지나면 마땅히 죽게 되는 것이다.[商聲主西方之音商傷也物旣老而悲傷物過盛而當殺]”라고 했다.

15) 公() : 원주에 다른 본에는 으로 되어 있다.[一本作功]”라고 했다.

16) 如政(여정) : 정승(政丞)과 같다. 그런데 如政(여정)’진시황인 정()과 같다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진시황(秦始皇)의 본래 이름이 ()’이고 성이 영()씨이다. 특히 진시황의 고사 중 다섯 소나무에 대부(大夫)를 봉하였다.”란 일을 상기한 풀이로 짐작된다. 그럴 때 보통 원문의 ()’자 대신 ()’자를 써서 知功如政(지공여정)’이란 말로 시어를 이해하곤 한다. 참고로 사기(史記)<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보면, “진시황 28년에 태산(泰山)에서 봉선(封禪)을 행할 때에 제사를 지내고 태산에서 내려오자 풍우가 세차게 몰아쳐 소나무 아래로 피하여 쉬었다. 그래서 그 소나무에 오대부(五大夫)의 작위를 내려주었다.[秦始皇二十八年 封禪泰山 風雨暴至 避于樹下 因此樹護駕有功 按封官爵封爲五大夫]”란 고사가 실려 있다.

17) 이규태, 역사산책(歷史散策)(도서출판 신태양사, 1991), 370-374.

18) 方生(방생) : ‘방씨(方氏) 성을 가진 유생(儒生)’이란 의미이다. 실제로 충암선생집(冲庵先生集)에 수록된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의 말미에는 방생(方生)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방생(方生)의 이름은 순현(舜賢)’이며 제주 판관(判官)의 처조카라고 했다. 우리들에게서 유학을 공부하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왔던 것이다. 방생은 지니고 있는 뜻이 만족함을 느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이긴 하지만 세속에 물들어 아정(雅正)함이 결핍되어 있어 강호(江湖)에 처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바다 밖 먼 곳에서 이런 사람이나마 만날 수 있음이 어찌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는가?[方生 名舜賢 判官之妻娚 學儒於吾輩事頗聞風持意 足多稍可談話 而染俗乏雅於江湖]”라고 했다. 이로 미뤄보면 방생(方生)이란 이가 그의 <우도가>를 짓는데 우도동굴에 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짐작된다.

19) 瀛洲(영주) : 영주산(瀛洲山)을 의미함. 열자(列子)나 혹은 박물지(博物志)에 삼신산(三神山)의 고사가 실려 소개하고 있다.

20) 鰲抃傾(오변경) : ‘()’()’ 사이에 의미상으로 대산(戴山)’이 생략되었다고 보아 해석해야 자연스럽다. 그렇게 보면 산을 등에 지고 있던 자라가...’(鰲戴山抃傾)란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여기에서 ()’의 의미는 손뼉을 치면서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영주산 동쪽머리를 기울게 한 직접적인 요인은 산을 등에 지고 있던 자라가 손뼉 치고 춤추며 놀다가 발생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자라를 뜻하는 동자(同字)로서 부수만 다른 형태이다. 한편 작자의 이 표현과 비슷한 내용으로 굴원(屈原)초사(楚辭)<천문(天問)>편 중에 자라가 산을 이고서 손뼉 치며 춤추는데 어떻게 편안한가(鼇戴山抃何安之)’란 부분이 있고, 장형(張衡)<사현부(思玄賦)>에는 자라가 비록 손뼉 치고 놀아도 기울지 않아(鼇雖抃而不傾)’란 표현도 보인다.

21) 閟影(비영) : 비궁(閟宮)의 모습. ‘()’의 용례를 보면 시경(詩經)<노송(魯頌)>편에 비궁유혁(閟宮有侐)’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으슥한 사당이 고요하니, 넓고 크며 섬세하도다.[閟宮有侐 / 實實枚枚]”라 했다. 따라서 여기에서 비영(閟影)’이란 신비한 비궁의 모습으로 해석함이 그 의미가 훨씬 함축적으로 다가온다.

22) 攝五精(섭오정) : ‘오정(五精)을 끌어들이다.’ 여서서 ()’자는 포섭(包攝)하다란 의미이다. 한편 五精(오정)’이란 오행(五行 - 金木水火土)의 다섯 정령(精靈), 곧 목신(木神) - 구망(句芒), 화신(火神) - 축융(祝融), 금신(金神) - 욕수(蓐收), 수신(水神) - 현명(玄冥), 토신(土神) - 후토(后土)를 지칭함인 듯하다.

23) 屭贔(희비) : 대단히 힘을 쓰는 모양의 뜻으로, 보통 贔屭(비희)’로 통용됨. 장형(張衡)<서경부(西京賦)> 거령(巨靈)인 하신(河神)이 있는 힘을 다 써서 높은 곳은 손바닥으로 치고, 먼 곳은 발로 밟아서 둘로 나누었다.[巨靈贔屭高掌遠蹠]”’라는 구절에서 비희(贔屭)’의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24) 轟雷霆(굉뇌정) : 격렬한 천둥 벼락소리. 여기서 ()’이란 여러 마차들이 한꺼번에 달리는 소리란 의미로 화약폭발 시 터지는 소리따위가 바로 ()’이다.

25) 瑞山(서산) : 상서로운 산. 서산용출(瑞山湧出)과 관련된 내용이 고려사(高麗史)<오행지(五行志)>에 그 기록이 실려 전한다. , 목종(穆宗) 5(1002)10(1007)에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탐라의 화산폭발에 대한 기록이다. “목종 56월에 탐라에서 산에 네 개의 구멍이 뚫어지며 붉은 물이 솟아나오다가 5일 만에야 멎었다. (목종) 10년에 탐라의 바다 가운데서 상서로운 산이 솟아났기에 태학박사(太學博士) 전공지(田拱之)를 보내어 이를 살피게 했다.[穆宗五年六月 耽羅山開四孔 赤水湧出 五日而止 其水皆成瓦石 十年耽羅 瑞山湧出海中 遣太學博士田拱之 往視之]”란 기록이 있다.

26) 飛王庭(비왕정) : “신속하게 그려내어 조정에 보고되다.” 여기서 ()’자는 飛翰(비한)’과 같은 뜻으로 신속하게 보고되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27) 崩洶(붕흉) : ‘()’은 산이 무너짐, 혹은 부서짐이고, ‘()’은 물결 꿈틀거림이다. 따라서 붕흉은 큰 파도가 사납게 몰아치는 현상으로 파악될 수 있다.

28) 谽谺(함하) : 계곡이 깊고 공허함을 이름. 사기(史記)<사마상여전(司馬相如傳)> ‘상림부(上林賦)’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 “산을 뚫고 흐르는 계곡은 동굴을 만들고, 혹은 언덕과 섬을 만든다.[谽谺豁閜阜陵別島]”라고 했다. 원주에 달리 (함하)’로 된 곳도 있다.[一作閜]”라고 했다.

29) 洞天(동천) : 신선(神仙)이 산다는 명산(名山). 참고로 이의 용례를 들면 이렇다. 예컨대 洞天福地(동천복지)’는 천하의 명산과 승경이나 혹은 신선이 산다는 곳을, ‘深邃洞天(심수동천)’은 깊숙하고 그윽한 산천으로 둘러싸인 곳을 뜻함 따위이다.

30) 稜層鏤壁(능충루벽) : 낭떠러지 같은 게 층을 이뤄 가파른 모양의 벽을 아로새김.

31) 錦纈(금힐) : 비단결 무늬.

32) 扶桑(부상) : 중국의 전설에 동쪽 바다의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신성한 나무, 또는 그 나무가 있는 곳. 산해경(山海經)에 있음.

33) 凝露(응로) : 물방울이 엉겨 된 이슬.

34) 輕濕(경습) : 촉촉한 물기.

35) 壺中瑤碧(호중요벽) : 호중(壺中) 별천지의 푸른 구슬. 여기서 壺中(호중)’이란 신선 호공(壺公)의 고사에서 나온 말로 별세계, 혹은 별천지를 뜻한다. 신선전(神仙傳)에 호공의 고사가 실려 있음. ‘瑤碧(요벽)’이란 옥의 일종으로서 푸른 구슬로서 산해경(山海經)에 있음.

36) 躔() : 머물러 있다. 별이 운행하다. 원주에는 달리 ()’으로 되어 있다.[一作森]”라고 했다.

37) 瓊宮(경궁) : 옥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궁전으로서, 경궁연(瓊宮淵)은 결국 수궁(水宮)을 일컫는 다른 표현임. 장형(張衡)<사현부(思玄賦)>경궁(瓊宮)에서 천황을 알현했다(覿天皇于瓊宮).”는 문구가 있다.

38) 隱隱(은은) : 가리어져 있어 희미하고 분명하지 않은 모양.

39) 窺窓櫺(규창령) : 창살을 엿보다.

40) 軒轅(헌원) : 중국 전설상의 황제(黃帝)의 이름. 장자(莊子)<천운(天運)>편에는 황제가 지었다는 함지(咸池)’라는 음악이 소개됨.

41) 馮夷(풍이) : 수신(水神) 하백(河伯)을 지칭함인데, 산해경(山海經)에 있음.

42) 䆗窱(교조) : 으늑한 모양, 깊고 먼 모양, 일설에는 조용한 모양. 장형(張衡)<서경부(西京賦)>깊숙한 궁실을 바라보고서 샛길로 질러가는데,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를 모른다.[望䆗窱以徑廷眇不知其所返]”이란 구절이 있다.

43) 宛虹(완홍) : 구부러진 모양의 무지개. 사기(史記)<사마상여전(司馬相如傳)> ‘상림부(上林賦)’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유성은 궁전의 문틈으로 사라지고, 휘어진 무지개는 난간에 걸려 있네.[奔星更於閨闥 宛虹拖於楯軒]”라고 함이다.

44) 麤鵬(추붕) : 거친 대붕새.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편에 보임.

45) 飄翅翎(표시령) : 날갯짓 퍼덕이다. ()나라 시인 육구몽(陸龜蒙)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물새 산새 비록 서로 이름 달라도, 하늘이 지어준 그대로 제각기 양 날개 퍼덕이네.[水鳥山禽雖異名 天工各與雙翅翎]”라고 함이다.

46) 曉珠(효주) : 새벽에 구슬처럼 빛나는 샛별.

47) 塵區(진구) : 진세(塵世), 티끌세상.

48) 燭龍爛燁(촉룡난엽) : 촉룡이 번쩍번쩍 빛나는 모양. ‘燭龍(촉룡)’이란 중국 전설상의 종산의 신으로서 한번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되며,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하고 붉은 빛이며 종산의 기슭에 산다. 일명 촉음(燭陰)’이라고도 하는데, 산해경(山海經)에 실려 있다.

49) 驂虯踏鯶(참규답혼) : 용이 끄는 수레를 탐과 잉어를 밟고 노닒. 여기서 驂虯(참규)’란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 의 경우 양쪽 바깥에서 끄는 말을 일컬어 참마(驂馬)라고 하는데, 말 대신에 용의 쓰임이다. ‘踏鯶(답혼)’은 잉어를 밟아 타고서 놂이다. 여기서 ()’()’와 같은 글자로서 잉어를 뜻함인데, 결국 답혼(踏鯶)과 승리(乘鯉)는 상통하는 표현이다.

50) 娉婷(빙정) : 자태가 아름다운 모양. 또는 미인.

51) 天吳九首(천오구수) : 머리 아홉 달린 천오(天吳)라는 이름의 괴물로서, 산해경(山海經)에 보인다.

52) 行竛竮(행령병) : 비틀거리며 가다.

53) 水府(수부) : 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신()의 궁전.

54) 囚百靈(백령) : 온갖 영령들을 가둬놓다.

55) 邪鱗頑甲毒風腥(사린완갑독풍성) : “고약한 물고기, 딱딱한 조개들이 독한 비린내 풍겨내다.” 참고로 김상헌(金尙憲)남사록(南槎錄)에는 이 시를 <우도가(牛島歌)>라는 제명으로 소개하면서 위의 24구째인 邪鱗頑甲毒風腥(사린완갑독풍성)’1구를 생략한 채 총 732구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이후 거의 모든 제주 관련 향토 사료들에서 이 시를 소개할 때마다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아마도 이 시가 8(八絶)의 칠언절구(七言絶句)의 형식을 띤 것으로 파악하려는 심사가 반영된 게 아닌가 하고 짐작된다. 여기에서는 충암선생집(冲庵先生集)(영인본)에 실린 그대로의 형식을 따라 이 시가 733, 231자로 이뤄진 형태의 시로 다뤄 소개했다.

56) 玄機(현기) : 현묘한 기틀, 혹은 현묘한 이치. 왕필(王弼)<노자주(老子注)>에서 이르기를 ()이란 사물의 지극함이다.[玄物之極也]”라고 풀이했고, 장재(張載)정몽(正蒙)<삼량(參兩)>편에서 모든 회전하는 사물은 운동에 있어 반드시 (내적) 기틀[]이 있다.[凡圜轉之物動必有機]”라고 했다.

57) 仇池(구지) : 중국 감숙성(甘肅省) 성현(成縣)의 서쪽에 있는 산의 이름.

58) 禹穴(우혈) : 중국 회계산(會稽山)에 남아있는 우() 임금의 유적으로서, 산 정상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는데, 민간전설에서는 우()가 들어간 구멍이라고 한다.

59) 絶境(절경) : 멀리 떨어져 있는 곳. 한편 승지(勝地)를 뜻하는 단어인 절경(絶景)’과는 다른 뜻의 글자임.

60) 圖經(도경) : 산수(山水)의 지세(地勢)를 그린 책이다. 예컨대 고려도경(高麗圖經)이란 책은 고려 인종 원년(1123)에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에 와서 보고들은 바를 그림과 글로 적어놓은 책으로서, 현재 그림은 없어지고 글만 전하고 있다.

61) 蘭橈(난요) : 목란의 노로 난장(蘭槳)이라고도 하는데, 곧 조각배를 상징한다.

62) 㩳神形(송신형) : ‘()’은 집착하다(), 밀어내다()의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두려워서() 몸이 꼿꼿해짐을 의미한다. 즉 신비로운 형태를 처음 마주하게 되자 매우 놀라는 기색을 보임인데, 곧 심신(心身)이 쭈뼛해짐을 뜻하는 말이다.

63) 鐵笛(철적) : 쇠피리. 일명 날라리로서 달리 태평소(太平簫)라고도 불리는데, 대체로 음량이 큰 악기이다.

64) 老怪(노괴) : 늙은 괴물, 즉 늙은 용.

65) 水咽(수열) : 물이 오열(嗚咽)하다. 원주에는 달리 , 혹은 으로 된 곳도 있다.[一作沸 一作湧]”라고 했다.

66) 悄愁(초수) : 낙심하여 근심에 잠기게 하다.

67) 歸來怳兮(귀래황혜) : 황홀하구나! 돌아옴이여.

68) 只道隔門限(지도격문한) : 단지 문이 막혀있어 한계라고만 말하다.

69) 列叟(열수) : 열자(列子). 그는 성이 열()이고 이름은 어구(禦寇)로서 기원전 4백년 경, ()나라에서 태어났다. 그가 남긴 열자(列子)란 책은, 옛날부터 노자(老子), 장자(莊子)와 더불어 도가삼서(道家三書)로 널리 읽혀 왔다. 특히 이 책 <탕문(湯問)> 편에는 삼신산(三神山)의 고사가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편에는 열자가 바람을 타고 다니는데 두둥실 날렵하기만 하였다.[夫列子御風而行泠]”라 했다.

70) 臨絶辭(임절사) : 달리 절명사(絶命辭)’라고도 불린다.

71) 帝閽(제혼) : 천제(天帝)의 문지기.

 

(연재 계속 됩니다)

 

 

필자소개

 

 

 

마명(馬鳴) 현행복(玄行福)

‧ 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태생

- 어린 시절부터 한학(漢學)과 서예(書藝) 독학(獨學)

외조부에게서 《천자문(千字文)》 ‧ 《명심보감(明心寶鑑)》 등 기초 한문 학습

 

주요 논문 및 저서

(1) 논문 : <공자(孔子)의 음악사상>, <일본에 건너간 탐라의 음악 - 도라악(度羅樂) 연구>, <한국오페라 ‘춘향전(春香傳)’에 관한 연구>, <동굴의 자연음향과 음악적 활용 가치>, <15세기 제주 유배인 홍유손(洪裕孫) 연구>, <제주 오현(五賢)의 남긴 자취[影]와 울림[響]> 등

(2) 단행본 저술 : 《엔리코 카루소》(1996), 《악(樂) ‧ 관(觀) ‧ 심(深)》(2003), 《방선문(訪仙門)》(2004), 《취병담(翠屛潭)》(2006), 《탐라직방설(耽羅職方說)》(2008), 《우도가(牛島歌)》(2010), 《영해창수록(嶺海唱酬錄)》(2011), 《귤록(橘錄)》(2016), 《청용만고(聽舂漫稿)》(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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