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제주시장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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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제주시장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
  • 허호준
  • 승인 2014.08.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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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허호준 기자
이지훈 제주시장은 제주지역 시민운동 진영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제주 시민운동 진영 1세대인 그는 대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을, 학교를 나온 뒤에는 시민·환경운동에 매진했다. 환경과 생태, 도심재생 등이 그의 관심사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런 경력과 능력을 인정해 지난달 8일 그를 제주시장에 임명했다.

신선했다.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가 ‘선거 공신’을 임명하던 행정시장에 시민운동가 출신을 임명할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 사회에 새로운 실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취임 이튿날부터 지역언론에 연일 이 시장과 관련한 특혜·불법 의혹이 터져나왔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달 14~31일 특별조사를 벌여 8건의 위법·부당한 사항을 찾아내 공무원 7명에 대한 무더기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위는 이 시장이 건축이 불가능한 지역에 건물을 지었고, 공공용수를 개인에게 공급하는 선례를 남겨 문화재보호구역 내 비자림 일대의 난개발 우려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가인 그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인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청렴’ ‘공정’ ‘성실’ ‘애민’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을 인용했지만, 감사 결과는 다산 어록 인용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그는 ‘명예’에 상처를 입고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들도 있고 ‘뜻’을 펼치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그의 시민운동 시절을 지켜본 기자도 그를 향한 비판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과 관계없이 감사 결과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던 그는 “모두 껴안고 가겠다. 받아들이고 가겠다”면서도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낮은 자세로 시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4일 사퇴 불응 때는 사퇴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섰다. 제주주민자치연대도 앞서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단체들은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요구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이대로 가다간 시민단체 진영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그의 버티기는 관료사회와 보수세력들에 빌미를 줄 수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새누리당이나 관변단체 출신 시장이었다면 입을 다물 수 있을까. 안타까워도 잣대는 공정해야 한다. 유리보다 더한 투명성을 강요받는 것이 시민활동가들이다.

더 늦기 전에 스스로를 문책하는 것이 우선이다.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제주도정의 순항과 시민운동 진영을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필자의 허락으로 한겨레신문 보도내용을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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