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넙거리오름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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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넙거리오름 (한남)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3.30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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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36.6m 비고: 102m 둘레: 1,874m 면적: 269.587㎡ 형태: 원형


넙거리 (한남)

별칭: 넉거리. 광가악(廣街岳). 광거악(廣巨岳)

위치: 남원읍 한남리 산2-1번지

표고: 436.6m 비고: 102m 둘레: 1,874m 면적: 269.587㎡ 형태: 원형 난이도: ☆☆☆

 

 

 

너무 외면하지마라 나 또한 살아있는 자연이거늘...

 

제주의 오름들 중에 넙거리를 명칭으로 하는 산 체는 두 곳이 있는데 교래리 소재와 더불어 한남리 소재 역시 뜻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넙거리 외에 넉거리(넉=넙의 변음. 와음)로도 부르고 있는데 동명의 산 체와 구분을 하기 위한 표기로도 추측이 된다.

넙거리는 넙다(넓다)나 평평하다는 의미를 나타나내는 방언이며 이는 산 체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넓고 평평한 입지를 고려하여 붙여진 명칭으로서 ‘거리’는 간격이나 구간이 아닌 어떤 대상이나 지역 또는 공간 등을 보조하는 정도의 명사(접미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느 오름들의 전래가 그렇듯이 과거의 모습을 두고서 붙여진 명칭이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한자는 대역으로 광가악(廣街岳)이나 광거악(廣巨岳)으로 표기를 하지만 전체 상황과는 다소 다른 뜻을 포함하고 있다.

한남리를 대표하는 오름들 중에 사려니오름과 머체오름 사이에 위치하여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으며 특징이나 환경에 있어서 두드러진 상황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하여 많은 변화를 가져온 산 체로 알려져 있다. 조림사업 이후 무성하게 자라난 삼나무와 잡목들이 기슭과 등성 주변을 장악하고 있어서 전망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자연미와 더불어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 산 체이다.

정상부에는 나무들 틈으로 일부 트인 공간이 있어 전망이 되며 화산탄과 화산석 등이 여기저기에 널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사면이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진입이 용이하며 남사면은 대체로 거칠고 가파르게 이뤄져 있다. 원형으로 구분이 되는 오름이나 굼부리는 일부 침식으로 인하여 변화가 이뤄졌으며 펑퍼짐하고 움푹 들어간 모습이 확인될 정도이다.

 

넙거리에서 사려니로 이어지는 구간은 난대림연구와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하여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이 일대의 거린오름(큰. 족은)과 사려니를 비롯하여 머체오름 등으로 이어지는 오름들은 탐방의 맛이 나지만 아쉬움도 따르게 마련이다.

4부 능선에 위치했으며 비고(高)는 102m로서 오름 탐방으로서의 적당한 높이인 셈이다. 정상에서의 조망권이 없는 것을 비롯하여 몇몇이 앉아 있을만한 공간조차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넙거리가 아닌 좁은거리나 막힌거리 등으로 오름 이름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나 할까. 정상부에 넓게 퍼져있는 원형 분화구가 있는 화산체이지만 굼부리 역시 노출을 꺼려하고 자신만을 보호하려는 기세다.

아니 그보다는 주변의 숲들이 철저하게 굼부리 보호를 위해서 철통같은 방화벽을 쌓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결국 넙거리오름은 정상에서의 전망과 화구를 향한 눈길조차 줄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숲이 에워싸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서 넙거리가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는 데다 전망권과 탐방로의 부실함도 망설임에 한몫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주변은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이 나는 사려니오름이나 민오름 등 걸쭉한 곳들이 자리하고 있어 넙거리로서는 다소 야속하게 느껴질 것이다. 결국 넙거리로서는 이들을 향한 부러움을 지니기보다는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자연의 숲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초입지 안내나 탐방로 구성을 비롯하여 정상에서의 전망 어느 하나도 만족한 사항이 없지만 그 반전의 성립은 충분하게 깔려 있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많이 묻어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조미료를 일체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원한다면 찾아봐야 할 곳이 바로 넙거리가 아니겠는가.

특히 혹한기를 비롯한 사계절 언제라도 탐방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기억을 해야 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구성을 한 길이 아니어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 위를 따르면 된다. 어차피 넙거리로서는 그 흔한 타이어 매트 등의 문명의 이기를 철저히 거부한 상태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지 주변은 함께 할 수 있는 오름이나 도보여행지 등이 많기 때문에 남원 수망리 권역으로의 이동성을 생각해서 덧셈의 탐방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몇 곳의 오름 외에도 머체왓 숲길과 서중천 내창 생태길을 비롯하여 소롱콧길 등은 숲길과 계곡 탐방을 포함하는 도보여행지여서 함께 연계하면 좋다. 또한 한라산둘레길 중 환상숲길도 이 근처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

 

 


-넙거리 탐방기-

한남 쓰레기 매립장(사려니오름 입구 방향) 가는 길목에서 오름 목장 방향으로 진입 후 300m 정도의 좌측에 차량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다른 루트를 이용해도 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방향이 이곳이라 선택을 했다. 안내 표지가 없고 진입로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산 체가 잘 보이고 방향이 드러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기 때문이었다.

담장을 넘어 소로로 이어지는 기슭 아래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삼나무가 하늘 높이 솟은 채 숲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의 일부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흔적들이 보였다. 치솟은 삼나무도 바라봐야 하고 바닥 층의 지날 곳도 쳐다봐야 하는 과정이 이어지지만 거친 면은 없었다.

숲을 이룬 아래로는 숙대낭 잎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은 어쩌다 양치식물이나 잡초들이 좀 있는 것이 전부였다. 경사를 따라 오르는 동안 거친 심호흡을 내쉬었지만 깊고 그윽한 숲 향이 먼저라서 실컷 들이마셨다.넙거리를 포함하여 일대의 오름 몇 곳을 탐방하려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체력의 조절도 감안을 해야 했지만 넙거리에 많은 관심을 둔 상태라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

아침이 지나면서 숲 안으로도 햇살이 비쳐왔다. 아직은 그 햇살을 맞은 숙대낭의 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보는 자체와 느낌은 좋았다. 지나는 동안 바닥을 보니 사람 그 외에 다른 동물체의 흔적도 보였다. 주변에서는 아침을 여는 노루들의 거친 아우성이 들려왔다. 컹컹거리는 노루의 소리는 정말 듣기 싫지만 깊은 숲의 정적을 무너뜨리는 인기척으로 대신하였다.

정상부에 도착하니 쌓인 눈이 아직 남아서 밋밋한 환경을 바꿔주며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어지럽게 흩어진 숙대낭 잎과 잘려진 낭 토막들조차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정상부를 따라서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화산석과 화산탄 몇 개가 보였다. 

다녀간 자들로서는 이곳을 포토존으로 삼아 흔적을 담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낭토막과 자연석을 의자로 삼고서 서로 마주한 채 휴식과 덕담을 나눈 현장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정상부도 탐방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매달린 끈과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안내자의 전부였다.

넙거리에 올라 전망대나 휴식처를 찾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저 깊은 숲이 어우러진 공간을 차지하여 대자연을 즐기는 정도로 삼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자연의 생태가 우수한 곳일수록 그 주변은 질서가 더 없는 법이다.

나무와 돌을 비롯하여 잡초들조차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엉켜있는 모습이지만 무질서 속의 현장은 차라리 자연환경과 생태를 보고 느끼기에 너무 충분하였다. 흩어진 숲 주변 한 쪽에서 자라고 있는 '관중'은 독초이지만 숙대낭 잎들을 걷어내고서 힘차게 자리 잡은 모습에서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탐방의 매력이나 전망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연나라 그 세상을 만나게 되는 곳이라 여기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식재와 자연적인 생태는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지만 화산체 그 이상의 매력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넙거리는 지금처럼의 환경을 원하고 있으면서 많은 이들의 침략(!)을 결코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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