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노꼬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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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노꼬메 (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0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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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833.8m 비고: 234m 둘레: 4,390m 면적: 923.692㎡ 형태: 말굽형

 

노꼬메 (큰)

별칭: 큰오름. 큰노꼬메. 큰놉고메. 녹고악(鹿高岳). 녹구악(鹿狗岳). 고산(高山)

위치: 애월읍 유수암리 산 138 / 소길리 산 258번지

표고: 833.8m 비고: 234m 둘레: 4,390m 면적: 923.692㎡ 형태: 말굽형 난이도: ☆☆☆

 

 

 

화산체로서의 규모와 높이가 앞서고 특징이 잘 나타나는 오름...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오름의 왕국답게 수백 개의 오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비고(高)가 200m를 넘는 곳은 많지가 않다. 출입의 통제가 따르는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오름을 포함하더라도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산 체의 특성은 다르지만 산방산(395m)이 가장 높으며 그다음이 굴메오름(280m)이다.

군산으로도 부르는 굴메는 해안 쪽에서 측정을 한 높이이며 도로 등 여러 여건상 탐방의 경로를 감안하면 실제와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다음으로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족은드레(두레왓. 279m)가 그 뒤를 잇는데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개방 및 탐방로가 있는 오름으로서 200m가 넘는 곳으로는 잘 알려진 유명 오름들도 있다.

동부권에는 다랑쉬(227m)오름이 있고 서부권에는 바리메오름(213m)이 있으나 최고(高)는 큰노꼬메오름(234m)이다. 해발은 뒤처지지만 비고(高)만으로는 오름의 왕국을 지배하는 만큼 노꼬메를 오름의 왕자라 해도 어울릴 법하다.노꼬메는 제주의 자연 지명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어원에 관한 문헌이나 자료는 없다.

이 오름을 두고 노꼬메나 놉고메로 표현한 것에 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확실한 내용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자로는 고고산(高古山) 등으로 표기를 하였으나 제주의 대부분 오름 옛 명칭이 그러하듯 한자 표기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산 체의 규모를 비롯하여 최고의 비고(高)를 차지한 오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면적이 말해주듯 산 체는 두 마을에 걸쳐 이어지는데 행정구역 상 애월읍 유수암과 소길리 사이에 위치하며 말굽형의 커다란 오름으로써 화산 지형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주변에 위치한 오름들과 비교를 하여 산 체와 높이의 크고 작은 표현으로(놉고. 메/高. 山) 했거나, 이 오름 주변에 사슴(鹿)이 살았던 때문에 녹고악 또는 녹고메라 했던 것이 변음이 되었음을 추측하지만 역시 가능성만 둘 뿐이다.

오래전부터 이 산 체의 높음의 정도를 실감했기에 놉고+메(高+山)로 불렀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근접한 내용이다.해발이 있기에 높다는 것은 숫자일 뿐이겠지만 서부권의 이 일대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의 오름들을 비교해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옆에 나란히 이어진 족은노꼬메와 관련하여 각각 큰오름과 족은오름으로 구분하기도 하며, 형제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 풍수지리설을 통하여 동물의 형국을 비유하여 사슴(鹿)과 개(狗)를 의미하는 녹구악(鹿狗岳)으로도 표기를 하나 이 역시 잘 쓰지는 않는다.한마디로, 가볼 만한 제주의 오름 10선은 물론이고 제주 최고의 오름으로써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산 체라 할 수 있으며, 외형상의 모습은 물론이고 규모나 높이를 망라하여 제주를 대표하는 오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남북으로 솟은 두 봉우리 사리로 말굽형 화구의 산체가 훤하게 보이며 정상에 오르면 굼부리 아래쪽도 확인이 된다. 기슭을 비롯하여 굼부리에서 이어지는 안쪽 사면은 잡목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고, 봉우리와 정상부는 비교적 평평한 편이며 등성을 따라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북쪽 봉우리가 주봉이며 부봉에서 주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에서는 한라산과 대자연의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해안을 비롯하여 일대에 펼쳐지는 오름 군락과 해안까지 전망이 가능하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오름 실루엣을 만나는 행운도 주어진다. 정상까지의 탐방은 약 2.32km를 왕복하게 되는데 경사가 이어지지만 탐방로가 비교적 잘 구성이 되어 있는 편이다.

특히, 근년에 상잣성길과 어우러지는 코스가 만들어지면서 족은노꼬메를 초입으로 하여 큰노꼬메로 연계하는 덧셈의 탐방도 가능하다.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평화로나 산록도로변(1117번)을 통하여 갈 수가 있으며 소길 공동목장 입구로 소로가 나 있다. ​

주차장에서 말굽형 화구의 산 체와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솟아 있는 모습이 뚜렷이 관찰이 되며 그 너머로 족은노꼬메의 일부 모습도 보인다. 화산체로서의 위풍당당함을 실감하게 될 뿐 아니라 능선을 따라 오르는 과정과 정상에서의 전망이 워낙 좋아서 탐방의 묘미가 있는 곳이다.

 


-큰노꼬메 탐방기-

큰노꼬메 탐방의 장점 중 하나는 주차장의 초입 지를 출발하여서 평지를 따라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워밍업이 된다는 것이다. 목장로를 겸하는 시멘트 길을 따라가는 동안 주변의 숲과 일대의 오름들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느낌도 좋다.

계절에 따라 야생화가 꽃을 피운 모습이나 열매가 맺힌 것을 보는 것도 진행 중의 과정이 된다. 목장을 겸하고 있어 마(馬)군들이 매설한 노출형 지뢰를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이지만 기분이 상할 정도는 아니다.일대에서 비교적 높고 인기가 있는 바리메오름을 비롯하여 몇몇 산 체들이 보이지만 큰노꼬메를 향하는 만큼 우쭐대지는 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누가 더 잘나고 못나고를 따지지도 묻지도 않으며 의좋게 지낸다.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에 빛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쪽이든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노꼬메에 오르면 바리메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오고 바리메로 향할 때는 노꼬메를 바라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주차장을 출발하여 위치 안내도가 있는 곳을 거쳐 본격적인 오름 탐방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워밍업을 겸하는 진행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낮게 시작이 되는 경사를 따라 진입을 하게 된다. 하절기인데다 그늘이 없는 곳을 지났지만 숲 안으로 들어가면서 환경의 변화가 이뤄졌다. 무던히도 무더운 여름이지만 숲 안은 고요하고 적막이 흘렀다. 바깥세상이 무덥지만 강한 햇살을 받은 탐방로 안은 오히려 깊고 그윽한 숲 향이 크 풍기면서 힘을 실어줬다.

지나는 동안 주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들은 한결같이 경쾌하고 흥겹게 들렸다. 경사가 시작이 되지만 오름 탐방의 맛은 더 살아났다. 사실 무더운 여름에 오름을 오르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여건이 되는 곳은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근년 들어 매 해 노꼬메를 오르지만 유난히도 그 선택은 하절기가 되고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고 했잖은가.

 

그러기에 노꼬메는 차라리 여름형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싶다. 더욱이 아침을 피하고 한낮에 찾은 것도 이러한 상황에 더 맞추고 싶었던 때문일지도 모른다.큰노꼬메의 능선과 기슭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있으며 특히 식생은 469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가 되었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는 동안에 때죽나무를 비롯하여 참나무류와 단풍나무들이 숲을 이룬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바닥 층은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채 온통 푸름으로 색칠을 해 놓았다. 여름을 맞은 큰노꼬메는 자연예찬을 부르고 느끼기에 너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계절이 그러하고 시간 역시 정오가 지날 무렵인지라 찾는 이들이 없어 너무 한적한 상황이다. 그런 노꼬메이기에 사색과 힐링의 장소로는 최고가 되어주었다. 돌계단과 타이어 매트길 등을 번갈아 오르다가 쉼터를 만났다.

큰노꼬메에는 두 곳에 평상이 있어 경사를 오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애써 거칠게 심호흡을 하고 체내를 순환 시키며 낮은 자세로 진행을 하다 보니 어느새 첫 번째 평상이다. 하지만 혼자 느 리게 진행을 하고 있기에 쉼터의 유혹을 외면하고 그냥 지나쳤다. 경사가 심한 만큼 오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숲이 안겨주는 그윽한 향에 취하며 전진을 했다. 노꼬메의 어깨를 짚을 즈음 지붕을 덮었던 숲은 다시 사라지게 된다.

 오르는 동안의 수고를 달래주는 것은 일대를 지키는 소나무들의 몫이다.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에 대견스럽고 너무 진한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다. 사실 산 체의 크기와 정도를 생각할 때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은 적은 편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빠져나가 부봉으로 향할 즈음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미 흥건하게 땀이 젖은 상태라 온몸을 식혀주는 바람은 더없이 고맙기만 했고, 시원한 산바람은 오르는 동안 흘린 에너지의 두 배를 선물해줬다.바람이 불고 여름이 불면서 자연이 불어왔다.숲을 따라 오르는 동안 느끼지 못 했던 바람은 바닥 층의 조릿대와 새촐(억새)을 심하게 흔들어 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열린 세상으로 눈길을 돌렸다.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을 드리웠고 크고 작은 산과 숲은 온통 푸른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부봉에 도착하여 바라보는 세상은 한 폭의 그림이며 대자연의 모든 것을 훔쳐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눈앞에 펼쳐지는 오름 군락들을 바라보노라니 새삼 넉넉한 자연의 세상을 훔치는 느낌이 들었다. 바리메 형제를 시작으로 다래오름과 멀리 빈네오름까지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한대오름과 노로오름 능선을 비롯하여 붉은오름 등 자연 미가 넘치는 곳들도 기꺼이 마주하며 이름들을 불러보게 했다. 눈높이를 함께 하기에 더 정겨울 수밖에 없었고 초록의 단색으로 질서 있게 차려입은 모습이기에 작은 흥분마저 느끼게 했다. 한라산도 눈 맞춤에 한몫을 했다. 느리게 움직이는 구름층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며 부악의 전부를 차지하려 했지만 끝내 심술을 부리며 일부만 훔쳐보게 했다.

하늘도 바다도 산도 노꼬메에서는 다 지배를 할 수가 있다. 금방이라도 정상부를 가릴 것처럼 구름이 몰려가는 동적인 모습에 초조해졌지만 이내 평정을 찾았다. 구태여 이보다 더한 모습까지 바랄 필요가 있겠는가. 더 가깝고 선명한 모습을 기대하는 자체가 사치라 여기며 아쉬움을 떨쳐버렸다.그래도 실컷 바라봤다.불어오는 바람은 하나의 덤이겠지만 정도를 넘어서며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질러댔다.

정상으로 향할수록 바람은 모데라토에서 알레그로로 빠르기와 세기를 더하면서 마치 요란한 시청각의 현장을 실감하게 했다. 그래도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은 채 볼 수 있는 모든 곳으로 눈을 돌리며 느리게 대자연과 마주하노라니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람은 세기를 더하며 그렇게 불어댔던 것이다.자연은 조용하기만을 원하지 않았다.자연은 얌전하기만을 바라지 않았다.

구름층이 움직임은 속도를 더했고 점차 낮게 깔리면서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동적인 모습에 애써 멋부림으로 여기며 용서를 해줬다. 바람이 불어왔다.심하게 불어댔다.정말 열심히 불어왔다.큰노꼬메에 여름이 불어왔다.큰꼬메 정상에 에너지가 불어왔다.

정상에 도착을 해서 실컷 바라보면 되련만 자꾸만 눈길은 바빠지고 어느 한 곳에 정지를 시킬 수가 없다. 걸음은 질서를 무시했고 두 눈은 순서를 외면하며 반복적으로 풍경 놀이를 하게 만들었다. 바리메를 시작으로 열 폭의 그림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실루엣의 극치를 느끼게 했다. 행여 구름층이 다시 못 된 짓을 할까 두려워 자꾸만 눈길이 갔고 걸음은 진행을 멈추게 했다.

분화구를 시작으로 멀리까지 열린 가시거리는 작은 흥분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마침내 정상에 발을 디뎠다. 한두 번 찾은 곳도 아니 건만 노꼬메의 머리는 언제나 긴장과 설렘을 안겨주고 강한 기대를 품게 한다. 정상에 도달한 자는 올라오면서 쏟은 에너지의 두 배를 반드시 얻게 된다. 이제 그 몇 배의 대가를 느낄 차례이다. 우선 두 눈을 해안으로 향했다.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방해를 했고 구름층은 전망을 흐리게 했지만 내 눈을 다 가리지는 못 했다.

노꼬메에 오르면 세상이 다 보인다고 했다. 자연의 전부를 볼 수 있기에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사방을 훔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늘 느끼지만 노꼬메는 두 형제를 다 만나야 제맛이겠으나 양 방향 주차의 어려움이 따른다.더욱이 혼자일 경우는 불가능한 일이다.

리턴 코스를 할 경우 가능하겠지만 시간이나 체력 등을 감안할 때 더러 부질없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산 후 치르게 되는 과정은 언제나처럼 올랐던 오름과 마주하는 과정을 치러야 한다. 의연하고 겸허하게 바라본 큰노꼬메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오름은 사랑이고 그리움이다.오름은 그런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나 큰노꼬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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