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노로오름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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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노로오름 (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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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070m 비고: 105m 둘레: 2,611m 면적: 475,274㎡ 형태: 복합형

 

노로오름 (큰)

별칭: 큰노리. 장악(獐岳)

위치: 애월읍 유수암리 산139번지

표고: 1,070m 비고: 105m 둘레: 2,611m 면적: 475,274㎡ 형태: 복합형 난이도: ☆☆☆

 

 

원형 굼부리와 다섯 개의 원추형 화구로 이뤄진 특별한 산 체...

오래전에 이 오름 일대에 노루가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함께 이어지는 산 체가 있는데 구분을 위하여 각각 큰 노로, 족은 노로로 부르고 있다. 한자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장악소봉(獐岳小峰)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한편, 노루와 관련하여 제주 방언으로 노리나 노로 등으로 부르는 때문에 오름의 명칭도 이에 따르기는 하나 오늘날에 와서는 대부분 노루오름으로 부르며 비슷한 오름과 명칭으로는 노리손이(노로생이)가 있다. 1,000m가 넘는 해발이 말해주듯 한라산의 줄기를 따라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하였으며, 일대는 삼나무를 비롯하여 자연림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산 체의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이어지는 탐방로 일대는 조릿대들이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으나 찾는 이들이 많아 진입에 큰 불편이 따르지는 않는다.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가로누운 두 봉우리를 각각 큰 노로와 족은 노로로 구분을 하지만, 북동쪽에도 낮고 작은 봉우리가 있어 정확히는 세 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다. 이런 여건을 고려했는지 큰노로를 장악대봉으로 하고 이 외에 장악(獐岳東峰)동봉과 장악서봉으로 표현을 하기도 한다.

현장의 한 묘비에도 큰노루를 대장악으로 하고 장악 서봉과 동봉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 보통은 큰, 족은 두 개의 산 체로 구분을 하지만 두 오름을 두고 형제라고 하기에는 환경과 입지 등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난다. 산 체의 높이는 물론이고 면적과 비고(高 )등 규모가 월등하게 차이가 나며 공교롭게도 산 체의 번지와 행정구역 상의 지역도 다르다.

큰노루는 행정구역 상 애월읍 유수암리에 속하지만 한라산 중턱 10부 능선에 위치하여깊은 맛과 멋을 더 느끼게 한다. 큰노로는 원형 굼부리 외에 다섯 개의 원추형 화구로 이뤄져 있는 특별한 화산체로서 복합형으로 구분을 하는데, 이 중 남쪽 봉우리가 정상부이며 삼각점이 있고 최고의 전망대 구실도 한다. 그러나 기슭과 등성 아래쪽에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 원형 굼부리 외에 전체적인 환경을 살피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두 산 체는 남북으로 길게 등성을 이룬 채 서로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폭발 당시 원형 외에 외부로 빠져나간 흔적을 남기고 있어서 복합형 화산체로서의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나 분화구 내부는 집중호우나 어느 정도의 비가 내린 후 물이 고이는 습지를 이루고 있는데 보통의 원형 화산체에 비하여 특별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자연의 세계가 그렇고 전반적인 분위기나 환경이 그러하듯 노로오름에게 구태여 만날 기회를 부여한다면 가을이 어울린다. 가을에 만나는 노로오름은 단순한 오름 탐방이 아닌 대자연의 깊고 그윽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조미료를 섞지 않고 순수하게 레시피가 완성된 가을 향기와 그 분위기를 기대하고 찾아도 실망하지 않을 오름이다.

산 체 자체의 매력과 분화구를 비롯하여 전망대의 입지까지 완벽하게 차려진 오름이기에 가을 만찬의 장소라 해도 어울릴 법하다. 오름 탐방이라고는 하나 오가는 동안 만나는 숲길이 있어 자연 속을 파고드는 힐링의 효과는 언제나 덧셈이 된다.표고가 1,070m이며 비고(高)는 105m에 불과하지만 일대를 통하여 오름과 분화구를 만날 수 있고 숲길의 매력은 덤이 된다. 산 체의 허리를 지날 때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경사가 없는 것도 특징이며 정상에서의 전망은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지금까지도 이 주변에서는 노루들의 모습이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름의 명칭도 그럴 듯하게 여겨진다.

한라산 자락 북쪽 아래의 10부 능선 주변을 대표하는 오름으로써 한대오름이나 붉은오름 등과 더불어 가을 탐방지로서는 최고의 장소이다. 특히나 가을이 깊어질 무렵에 이들은 심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면서 가을앓이와 오름 앓이를 부추긴다. 이동성의 부담도 있으나 주변에 붉은오름과 안천이오름 등이 있어 연계할 수 있으며 임도 정비로 인하여 접근성도 한결 좋아졌다.

 

 

-노로오름 탐방기- ​

예년과 달리 10월 초에 찾았다. 시기적으로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한대오름을 만나기에 앞서 노로오름을 먼저 선택했다. 좀 더 가을이 깊은 시기에 만난다면 좋으련만 해마다 찾는 오름인데다 적정시기에 여정이 잡혀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즉, 한대나 노로 등 이 지역의 가을 분위기는 10월 중순을 거쳐 11월초까지가 적당하다는 뜻이다.

태풍 차바는 곳곳에 심한 상처를 남겼다. 진입하는 과정에서 임도의 일부는 길이 파헤쳐져 있어 승용차의 출입은 엄두를 못 내게 할 정도였다. 동행한 파트너의 지프차로 겨우 소로에 들어선 후 조심스럽게 입구까지 도착을 했다. 초입지 자체가 9부 능선인지라 시작부터 숲의 깊고 그윽한 느낌이 다가왔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난 노로오름이지만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주기 때문에 다른 오름들을 만날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조릿대가 열어주는 길을 따라 그리움과 설렘을 안고 들어가기 시작했다.사락사락....바스락바스락....유별나게도 조릿대가 많은 진입로여서 바지 깃을 스치는 조릿대 소리가 크게 들렸지만 응원가로 삼으며 진입을 했다.

이른 아침인지라 물기를 머금은 아군들은 이내 바지 아래와 신발을 적시기 시작했다. 차바의 영향으로 인하여 곳곳에는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들이 탐방로를 막은 곳도 있었다. 둘이는 진행하는 내내 탐방로를 정비하면서 갔다. 후발대 탐방객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서두를 것 없이 느리게 진행을 해도 되니까 방해물들을 치우며 간 것이다.

처음에는 하나둘 정도만 치우면 되리라 생각했으나 꽤나 일이 커진 꼴이 되었다. 우리 아닌 다른 선행자가 있으면 역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깊은 숲을 이룬 곳이지만 가는 동안 리본과 물병 등이 있어서 초행자들에게도 별 어려움이 없다. 중간에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초행자들은 반드시 기억을 해둬야 할 곳이다. 당황이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이 어느 방향으로 가도 이후 다시 만나게 되므로 큰 상관이 없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줄곧 좌측 루트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우측을 우선으로 선택했다. 근년에 한라산둘레길 중 천아숲길이 완성되면서 삼나무 숲으로 연계가 되는데 그 방향을 따라 오르기로 한 것이다. 산 체의 남쪽을 초입으로 하여 오르기 시작했는데 아직 정상과의 거리는 좀 떨어지지만 전망을 즐길 수가 있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을 하니 어김없이 전망의 무대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걸친 풍경은 없지만 부악(한라산) 정상이 얼굴을 내밀었고 일대가 다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가을은 이런 풍경을 선물해줬기에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소리를 질렀다. 한두 번 온 곳도 아니지만 새삼스럽게 풍경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두 눈에 마음까지 분주해지면서 셔터 놀이도 덩달아 알레그로로 템포를 바꾸게 되었다. 노로오름의 정상은 최고의 전망대이며 정상에 도착한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여느 오름의 정상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하다. 사방이 열리기 때문에 한라산과 해안을 비롯하여 오름 군락과 대자연을 만날 수 있다. 남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어승생악과 붉은오름 등이 보이지만 노로오름을 만난 이상은 결코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눈 높이가 다를지언정 바라보는 자체로도 탐방의 맛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라산 백록담 등성이 보인다

한들 기가 죽을 필요가 있겠는가.쉼터와 전망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는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바람은 퇴색의 시기에 접어든 억새를 심하게 흔들어댔다. 이에 덩달아 으악새는 슬피 울어댔고 우린 시원함의 정도가 넘쳐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추풍은 우리를 서두르게 하였다. 끝없이 머무르고 싶은 가을 풍경이지만 우린 이동을 준비했다.가을이 불어댔고 자연이 불어오는 정상을 뒤로하고 족은 노로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시 만날 큰 노로의 정상이었기에 아쉬움도 미련도 지닐 필요조차 없었다.족은노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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