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노루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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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노루생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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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16.2m 비고: 136m 둘레: 1,827m 면적: 222,294㎡ 형태: 말굽형

 

노루생이

별칭: 노리손이. 노리오름. 노로오름. 노루오름. 장악(獐岳)

위치: 연동 산137번지

표고: 616.2m 비고: 136m 둘레: 1,827m 면적: 222,294㎡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노루를 찾아 사냥꾼이 드나들던 터전은 푸르고 깊은 숲으로 변했고...

 

수백 개가 산재한 제주도 오름들의 명칭을 보면 그 유래가 참 다양하게 붙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지역 명칭이나 외형을 두고서 붙은 것들을 비롯하여 동물의 모양새에 연유한 오름들도 제법 많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는 제주의 토속적인 방언 그대로 붙여진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특히 육지부에서 온 여행객의 입장이라면 명칭 자체만으로도 아리송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 만큼 이해에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으나 더러는 정겹게 들리기도 한다. 외형을 두고서 동물에 빗대어 명칭이 정해진 오름들 중에는 사슴과 노루가 특히 많은 편이다. 노루와 관련해서는 노리오름. 노리손이. 노루생이. 노루손이 등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다 같은 맥락이며 노리는 일찍이 제주민들이 사용했던 방언이며 노루를 뜻하는 말이다.

제주시 봉개동에도 노루와 관련하여 같은 맥락으로 명칭이 붙은 큰, 족은 노루손이(오름)가 있다.노루생이(노로손이) 명칭이 노루라는 개체를 두고서 쏘다(쏜다)의 표현을 더한 것을 보면 과거에 이곳이 노루 사냥터로 적합했거나 노루의 개체 수들이 많았음을 연상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자연의 터전을 무대로 살아가는 노루를 제법 귀한 동물로 취급을 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노루의 개체 수가 너무 많아진 데다 농작물에 피해를 안기는 등 골칫덩이로 변했다. 한자 역시 장악(獐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오름이 위치한 주변은 1100도로와 산록도로로 이어지는 갈림길로서 이곳을 노루손(생)이 삼거리로 부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행정 구역상 제주시 연동 외에 오라동과 해안동에 걸쳐진 오름으로서 길목과 일대의 이정표 상의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노루손이 주변은 제주에서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산악트레킹이 가능한 산림도로에 포함이 되어 있다. 울창한 숲이 조성되어서 숲 체험과 산림 스포츠 그리고 자연학습장과 연계하는 곳으로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조림사업이 진행된 이후 전 사면에 걸쳐 삼나무와 소나무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숲을 이루고 있어 사계절 언제나 검푸른 모습을 띠고 있다. 탐방로의 구성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도로 옆을 지난 후 기슭 아래를 따라 오를 수 있다.

한편, 오름 진입로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기슭 아래를 둘러 농업용 차량이 다닐 수 있게 길을 만들어 놨는데, 정상에 이렇다 할 자원이 없을뿐더러 농경지나 기타 초지 등의 공간이 없는데도 왜 허리를 깎고 훼손하면서 넓은 노폭으로 개간을 하였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말굽형 굼부리가 북쪽으로 벌어져 있으나 내부를 포함한 일대는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 뚜렷하게 식별이 되지는 않는다.

 

136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비교적 좋은 전망을 기대하게 되지만 실제의 정상부는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서 시내권과 해안 쪽을 볼 수는 없다. 반면 반대편으로는 한라산을 시작으로 어승생악과 아흔아홉 골을 비롯하여 걸시오름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 풀밭이 평평하게 된 곳이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에도 무난한 오름이다.

 

-노리손이 탐방기-

노루생이 삼거리에서 산록도로변을 따라 동쪽으로 조금 이동을 하면 오름 앞에 도착이 되며 주변에 적당한 주차공간이 있다. 오름에 오르기 전에 몸을 푸는 동안 남쪽으로 눈을 향하니 한라산을 비롯하여 어승생악 등이 보였다. 정상에 오르면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풍경은 더 운치 있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노루생이를 바라보니 온통 푸름으로 숲을 이룬 모습이 확인되며 대조를 이뤘다.

삼나무를 시작으로 소나무와 편백 나무가 주를 이룬 산 체의 기슭과 등성은 어엿한 오름으로서의 가치를 더 나타내고 있었고, 굼부리가 가려진 채 둥그스름하게 펼쳐지는 광경은 더한 볼품을 안겨줬다. 136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결코 낮은 산 체가 아니다. 이 정도면 정상으로 가는 거리나 시간이 제법 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남북을 기준으로 할 때 북쪽 기슭에서 다소 올라온 형상이기 때문에 북쪽에 비하여 남쪽(남동)은 진입이 수월한 편이다.

지금의 1,100도로변과 산록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이 지점을 초입으로 하기 때문에 산 체의 일부를 오른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초입지를 지나 바로 경사를 따라 오르게 되지만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없는 자연의 길이다. 탐방로와 관련하여 상세한 안내문은 없지만 오름 기슭 아래에 초입을 알리는 표식이 있다.인위적인 탐방로의 흔적은 없지만 주변을 살피면 사람들의 드나든 흔적이 있고 리본이 매달린 모습도 확인이 되었다.

일찍이 겨울에 찾았을 때도 소복하게 쌓인 눈이 방해를 했지만 발자국과 더불어 큰 나무들 아래로 훤하게 트인 모습에 쉽게 진행을 했었다. 몇 발자국 지나지도 않았지만 소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룬 것을 확인할 수가 있고 바닥 층 역시 자연 그대로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삼나무가 대장이 되어 숲을 이루고 있으나 조금 들어가니 편백 나무들이 합세를 하여 진을 치고 있어 더한 매력을 안겨줬다.

 

소나무에 버금가는 편백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봄 햇살을 받은 향이 그윽하게 밀려오길래 애써 킁킁거리며 훔쳐냈다. 자연 훼손을 최소한 줄이는 범위 내에서 정자 한두 개라도 만들어 놓는다면 사색과 힐링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부 입구에는 불침번이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내 동안 퇴색한 잡초들이 바닥을 차지했었으나 봄의 중심에 들어선 시기라 철쭉이 곱게도 봉우리를 맺었다.

이제나저제나 곧 터뜨릴 자세이고 유일하게 천연색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 주인공이 되었다.딱히 비고(高)점은 아니지만 정상 가까이에 도착을 하면 평평한 공간이 있다. 예전에 찾았을 때는 한겨울이라 눈이 많이 쌓여 자세히 볼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곳이 파헤쳐 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망과 쉼터를 대신하는 장소이건만 한쪽에는 쓰레기 더미가 볼 상스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재선충병 작업을 진행하던 사람들의 흔적인지 아니면 이곳을 탐방했던 일행들의 짓인지는 모르지만 이 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는 게 한심스러웠다. 파헤쳐 진 기슭 한쪽은 제비꽃이 터전으로 삼아 곱게도 피어났지만 쓰레기들이 버려진 주변이라 반전을 시키기에는 다소 모자랐다. 자연은 이렇게 순리를 따르고 아름다움을 선보이려 애를 쓰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하여 슬프고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전망 놀이를 시작했다. 북쪽은 숲에 가려져 이렇다 할 볼품이 없지만 남쪽은 훤하게 열렸다.

다소 흐린 날씨이기는 하지만 한라산과 어승생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산세를 바라보니 걸시오름과 골머리 일대도 뚜렷하게 보였고, 망자들을 받아들인 공원묘지를 포함하여 목장과 초지들도 가까이 보였다. 골머리는 한라산 아흔아홉 골의 머리이며 수없이 많은 골의 머리에 해당이 된다 하여 붙은 명칭이다. 굽이굽이 계곡과 골짜기를 이룬 한라산 자락의 첫 머리인 셈이다.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마치 밭고랑처럼 무수히 뻗어내리며 계곡을 이룬 아흔아홉 골과 그 봉우리 주변은 천혜의 자연으로 이뤄져 있다. 워낙 수림이 울창하며 깊은 숲 속에는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들어서 있어 이들이 골짜기와 봉우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곳곳에 발을 디뎠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풍경의 대상이 되었다.정상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반경 10km까지 360도로 감지가 가능하고 24시간 가동이 된다고 적혀져 있었다.

산불방지용 경방초소를 세우기보다는 이런 방법으로 선택을 한 것이 새삼스럽기도 했다. 시설물 방향을 따라 이동을 하니 열안지(오름)가 가까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걸시오름도 훤하게 보였다. 걸시는 공원묘지 조성 외에도 일부는 묘지로 변화가 이뤄졌으며, 산 체의 허리 아래까지 파헤쳐 진 오름으로서 망자들의 한을 달래주는 터가 되었다.

신성시되고 영혼이 존재하는 골머리에서 걸시로 이어지는 일부가 그렇게 변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오름의 변화와 훼손의 정도를 두고서 운운하기에는 새삼스럽지만 걸시오름의 정도는 심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과정은 무난한 기슭을 선택하였는데 곧바로 길이 난 곳으로 이어졌다. 대체 무슨 연유에서 이렇게 된 것이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은 왜 만들었을까.

농지도 없고 목장을 대신하는 공간도 아니거늘 어찌하여 오름을 깎아 도로를 낸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오름의 기슭을 따라 정상까지는 별도의 길이 만들어져 있고 그 초입지 주변이다. 공교롭게도 한쪽은 편백 나무가 식재되어 자라고 있고 다른 쪽에는 소나무가 차지를 하였다. 어느 시기에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름의 기슭 아래부터 허리를 지나 어깨까지 이어지는 긴 거리이다.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인 것을 보면 필시 사유가 있겠지만 이해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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