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녹남봉
상태바
[오름이야기]녹남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11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00.4m 비고: 50m 둘레: 1,311m 면적: 124,498㎡ 형태: 원형

녹남봉

별칭: 녹남오름. 장목악(樟木岳). 농남봉(農南峰)

위치: 대정읍 신도리 1,304번지

표고: 100.4m 비고: 50m 둘레: 1,311m 면적: 124,498㎡ 형태: 원형 난이도: ☆☆

 

 

 

녹나무가 우거진 채 신도리 마을을 수호하던 산 체...

 

오름의 명칭과 관련하여 산 체를 차지한 주종의 나무를 토대로 정해진 곳들도 있는데 녹남봉 역시 이에 해당이 된다. 과거 이 오름에 녹나무가 많아서 녹남봉이라 하였으나 애석하게도 제주4.3을 전후한 시기에 불에 탔거나 벌채가 되어 지금은 거의 녹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어 명칭을 무색하게 한다.

지금의 녹남봉 사면은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잡목들이 녹나무를 대신 차지하였으나 깊은 숲을 이루지는 않았다. 수풀과 잡목들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변화가 이뤄진 상황이며 기슭과 등성을 비롯하여 굼부리조차 개간으로 인하여 옛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한자로는 장목악(樟 녹나무)으로 표기를 하며 한자 표음화를 빌어 농남봉(農南峰)이라고도 하나, 농남(農南)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부르는 음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을 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산 체의 서쪽은 마을과 가깝게 이어지고 능선도 완만하게 이뤄졌으나, 다른 사면은 가파른 편이며 넓고 길게 이어지면서 평지와 맞닿아 있다.

바깥 주변은 밀감 밭을 포함하여 농지로 이용한지 오래되었으며, 특히나 정상의 원형 굼부리 역시 개간을 하여 농경지로 사용을 하고 있는데 보통의 오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경우이다. 이런 형태의 굼부리를 두고 가메창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화구 안쪽이 가마솥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근년에 들어 탐방로를 재구성하여 산책하기 좋게 만들었으며 정상부에는 운동기구들을 마련했고 전망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정자 시설도 갖추었다.

산책로를 따라 이동을 하는 동안 한라산을 비롯하여 해안 방향 등 사방을 전망할 수 있으며, 50m의 비고(高)이지만 구태여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시원스러운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정상부 가까운 기슭과 등성의 곳곳에는 일제 때 파놓은 진지동굴들이 있으며 일부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 탐방시 확인할 수가 있다.

한편, 오름 정상에는 재단이 있는데 7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도리 마을의 안녕과 농어(農漁)의 풍성을 기원하는 농포제를 지냈다고 한다. 원래는 무릉리에 위치한 보르미(오름)에서 지내다가 근대에 와서 이곳 녹남봉으로 옮겨 이웃 마을과 합동으로 치성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나무가 사라진 녹남봉은 이제 소나무가 주축이 되어 산 체를 꾸며나가고 있지만, 근년에 들어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은 녹남봉도 예외 없이 포함을 했다.

등성에서 기슭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군락은 일부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잘려나간 때문에 허접하게 보이면서 안타깝게 한다. 언제 다시 회복이 되어 푸른 숲을 이룰지 모르지만 신도리 마을 사람들의 정과 한을 품은 오름인 만큼 예전의 모습으로 단장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녹남봉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신도1리 복지회관을 검색하면 수월하며 제주시를 출발할 경우 서부 일주도로보다는 평화로를 거치는 것이 무난하다. 마을 내 경로당 주변으로 무료 주차장이 있으며 오름으로 가는 마을 길은 워밍업 장소로 적당하다. 녹남봉은 제주올레(12코스)에도 포함이 된다.

시작 당시부터 정해진 길이지만 사실 여성 혼자서 다니기에는 어려움도 따른다.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올레는 올레답게 마을길이나 해안길을 중심으로 이어졌어야 했다. 도보여행자들에게는 뚜벅이 길을 만들어줘야 하고 오름은 오르미들에게 맡겨도 되는 게 아닌가. 숲길과 곶자왈 탐방 역시 별도의 구성을 통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탐방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했을 때 제시하는 이견(異)이며 현장 상황을 참고한 개인적인 염려일 뿐이다참 정이 많이 가는 오름이다. 비고(高)를 감안한다면 전망이나 탐방으로서의 묘미가 약해 보이지만 오르내리는 동안의 과정은 참맛이 나는 산 체이다. 심한 경사도 없으며 이렇다 할 방해 요소도 없다. 능선을 거슬러 오른 후 사방으로 전망이 가능한 때문에 산책과 마음을 추스르기에도 적합한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전망이 좋다는 것은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공간이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어느 계절이고 무난한 탐방이 된다. 친환경 매트도 안 깔렸고 부분적으로 타이어매트가 안내를 하지만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정착이 된 자연의 길이 있어 느낌도 좋다.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다 사거리를 만났는데 자세히 보니 원래부터 있었던 갈림길은 아니다.

재선충병 작업으로 인하여 중장비 차량 등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확장 된 것이다. 오르는 데는 편암함도 느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면은 다소 떨어진 상태이다. 오름의 허리 아래 둘레를 따라 산책형으로 둘러볼 수도 있지만 정해진 산책로는 없다.

등성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이제 넓은 공간으로 변했다. 아직 정상부에 도착이 안 되었지만 북(서북)쪽의 트인 공간으로 한 폭의 그림이 펼쳐졌다.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웠고 청정 바다를 시작으로 수월봉과 당산봉이 보이면서 서부권 고산 일대의 농경지와 오밀조밀 들어선 집들이 괜찮은 풍경으로 다가왔다. 보리 새싹들과 마늘, 양파 농사를 하는 부분은 마르지 않은 연 초록색으로 물들여 놨다.

계절을 표기하지 않으면 겨울이라고 느끼기 어려운 날씨였다.원형의 측화산인 녹남봉의 정상은 역시 분화구가 백미이다. 정상에 원형의 분화구가 있으며 분화구 안쪽과 사면의 일부에 감귤원이 조성되었다가 지금은 대부분 벌목이 되었지만 여전히 화구 안쪽은 농지로 사용이 되고 있다. 제주의 많은 오름들 중에 낮은 오름 몇 곳은 침식이나 개간을 통하여 일부 농사를 짓는 곳이 있지만, 원형의 굼부리 중심이 농경지인 곳은 녹남봉이 유일하며 특별한 광경이다.

자신의 어깨와 치부를 농경지로 내어준 녹남봉으로서는 아픔보다는 인심과 더불어 다소 보람을 느낄 것이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주고 저고리를 흐트러지지 않게 정돈을 해주는데 구태여 불편을 느껴서야 되겠는가. 굼부리로 내려가는 둘레는 퇴색이 된 잡초들이 차지를 했고 일부에는 밀감나무 묘목들도 보였다.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오름 사면과 등성을 차지하고 있어 행여 녹나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일대를 살폈지만 허사였다.

오름의 중심을 차지하며 숲을 이루고 산 체의 푸름에 선봉장이 되는 소나무들의 일부는 잘려나갔다.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버티기가 불가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미 잘리고 토막이 된 채 쓰러진 소나무에는 기생을 했던 송악과 담쟁이 등이 아직도 푸른빛을 내며 버티고 있었다.원형의 오름이라 어깨를 따라 빙 둘러 진행을 하게 되는데 둘러보는 동안 곳곳에서 공간이 열려 전망을 할 수가 있다.

 

설원의 한라산과 크고 작은 오름들이 보이는데 한라산은 분명 겨울이건만 가까운 농지는 벌써 봄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트인 공간으로는 굼부리 아래가 보이고 건너편을 넘어 해안까지 보이는 가운데 빠른 걸음보다는 느리게 진행을 하면서 어느 구석 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등성을 오가는 중에 일본군 진지동굴을 만났다. 새삼스러운 광경은 아니지만 녹남봉도 자신의 살을 파고 들어오는 일본군들의 만행을 겪어야 했다.

일제 강점기에 주변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강제로 파 놓은 동굴이다. 녹남봉에만 10개 정도 있으며 일부는 안의 공간을 연결하려 한 곳도 있다고 한다. 길이가 무려 50m나 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살을 헤이는 큰 아픔을 얼마나 느꼈겠는가. 양치식물과 이끼류 등이 동굴 입구를 지키며 지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을 하니 한쪽에는 정자가 만들어져 있다.

휴식과 전망뿐만 아니라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들도 있다. 맑고 청정한 공기가 흐르는 곳이기에 정상부에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시작으로 가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 햇살의 시기와 질투로 인하여 담는 과정은 뚜렷하지 않지만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너무 선명했고 올레꾼들에게 있어서도 최고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다.

눈을 돌리니 모슬봉과 산방산 등도 사정거리에 들어왔다.하늘. 구름. 바다. 섬. 날씨.....모두가 내 편이 되어주었다. 녹남봉의 허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계절이 따로 없다. 겨울도 봄이고 봄이 곧 여름이다. 가을도 겨울도 녹남봉에서는 푸른색이 존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