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노리손이(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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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노리손이(족은)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1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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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13.8m 비고: 28m 둘레: 467m 면적: 14,756㎡ 형태: 원추형

 

노리손이(족은)

별칭: 노리오름. 노로오름. 노루오름. 장손악(獐孫岳). 노리구이악(老里苟伊岳)

위치: 봉개동 산294-22번지

표고: 413.8m 비고: 28m 둘레: 467m 면적: 14,756㎡ 형태: 원추형 난이도: ☆☆

 

 

 

노루들이 떠난 오름에는 숲이 우거지고 묘지들이 들어서 있어...

(큰 노리손이에서 계속).노리손이는 크고 작은 두 산 체가 이어지면서 큰, 족은으로 구분을 하고 있으며, 짐작하건대 두 오름 사이의 촐왓과 빌레를 포함하는 일대가 노루들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높지는 않지만 봉긋하게 솟은 두 오름 사이로는 넓은 초지와 숲으로 이뤄져 있으며, 두 산 체가 각각 원추형이기는 하나 등성이 서로 맞닿은 채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가 이어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큰 노리손이에 비하여 몸체가 말해주듯 전망이나 여러 환경 등은 약하게 나타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기슭의 한쪽은 트랙터 등 작업 차량이 드나들 수 있게 길이 나 있다. 예전에는 봉개 절물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명림로를 지나다가 은혜마을(사회복지법인) 쪽에서 진입을 했으나 제주시 청소년 야영장과 경찰 수련원이 들어선 이후 지금은 이 방향을 이용하는 편이 더 수월하다.

일찍이 노루는 영물(靈物)이라 하여 신성스러운 동물로 여겼으며 한때 노루 보호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었다. 그 후 급격히 개체수가 늘어난 상태이고 이로 인하여 농작물 훼손 등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어서, 노루 퇴치에 따른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이며 농가는 보호망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기슭이나 들판을 비롯하여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노루들이 서식을 하고 있는데 개체 수의 증가로 인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곳 노리손이 일대에서 역시 아직까지도 흔하게 노루들을 볼 수가 있는데 일찍이 그들의 선조들이 지키던 자리를 사수하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족은 노리손이 탐방기-

 

큰 노리손이를 내려와 갈림길을 따라 족은 노리손이로 향했다. 거칠게 덤벼드는 촐왓의 심술을 헤치며 나가느라 부담도 되었지만 이미 바지 깃과 신발은 젖은 상태이고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산책로 정비가 이뤄졌던 시기에 이정표를 만든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아마도 노루들이 노닐던 장소는 두 형제를 사이에 두고 넓게 펼쳐지는 이곳 정도가 될 것이라 여겨졌다.

전형적인 굼부리의 모습은 아니지만 드넓은 벌판과 초지가 이어지는 공간이기에 적합했을 것으로 보였다. 노루들이 떠나간 자리는 수풀이 우거지고 억새들이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설령 노루들이 진을 친다고 한들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다.

족은 노리손이 정상부로 가는 과정은 거리도 경사도 대단하지 않은 정도이다. 등성에 도착을 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원추형이라는 산 체가 무색할 정도이다. 펑퍼짐하게 이뤄진 등성마루를 사이로 일부 낮게 솟아오른 몇 개의 봉우리가 있지만 이미 침식이 이뤄진지 오래고 환경의 변화도 많이 이뤄진 모습이다.

일부 지역은 트랙터나 농가용 작업 차량들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만들어 놨다. 비고(高)점은 좀 더 이동을 해야 하지만 트인 길목을 따라 억새들이 만발한 봉우리 옆을 차지하고 큰 노리손이를 비롯한 일대를 전망했으나 시계가 흐린 때문에 아쉬움이 따랐다.

더욱이 키 높이를 함께하는 억새 띠들이 방해를 하는 데다 옷깃에 부딪혀 떨어지는 물기는 한 두 방울도 아니고 일제히 쏟아지는 소나기를 방불케 했다. 기슭과 정상부 가까이에는 묘지들이 있고 화산체로서의 두드러진 특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큰 노리손이를 사이에 두고 넓고 평평하게 이어지는 곳은 커다란 분화구를 연상하게 하였다.

여름 한 철.탐방로의 흔적마저 집어삼킨 수풀들이 방해를 했지만 어느 면에서는 자연미를 더 느낄 수가 있었다. 주변이 온통 푸른빛인데다 습한 날씨에 진한 수풀 냄새가 온몸을 휘감았다.결국 더 이상의 전진이나 주변 상황을 살피는 것을 포기하고 훗날로 미루기로 했다.

 

거리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해도 열린 도로를 따라가면 편하겠으나 부득이 온 길을 선택했다.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야생화들의 경계와 검문은 계속 이어졌다. 아마도 저들이 나래를 펼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층층이 잔대는 파트너로 여우팥을 선택하여 곱게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출신 성분도 다르고 꽃의 색깔도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가 동거를 허락한 것이다. 연분홍과 노란빛으로 조화를 이룬 모습을 산수국이 심하게 질투하지만 이들의 온유하고 앙증맞은 자태를 따라잡지는 못 했고, 퇴색의 빛이 더 아름다운 주홍서나물도 시기에 강했지만 찰나의 셔터 소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사위질빵은 제철에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성장을 이어온 고사리 잎을 배게 삼아 곱게도 피웠다. 사위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지 못하게 하느라고 연약한 덩굴로 지게 질빵을 만들었다는 장모의 사랑이 담긴 내력을 담고 있어 다시 그 유래를 떠올리게 했다.

노루들이 터전이었다지만 지금은 계절을 맞추어 찾을 경우 야생화들과의 눈 맞춤이 넉넉하게 이뤄지는 노루손이이다. 그러기에 언젠가 시기를 달리하여 반드시 찾겠노라고 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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