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흩날리는 이슬비 덕분인지 숲의 빛깔이 점점 더 짙은 녹색으로 도드라지며 활기를 띱니다.

그런 숲에는 굵은 나무줄기들이 즐비한데 난데없이 그 사이에서 가느다란 막대기처럼 생긴 존재들이 불현듯 튀어나와 호기심을 자극하는군요.

‘천마’가 꽃을 피웠습니다.

천마는 난초과(Orchidaceae)식물로 깊은 산속 낙엽이 쌓여 부식질이 많은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황갈색 줄기는 원주형이고 높이 60-100cm로 곧추 자랍니다.

줄기에는 비늘잎이 성기게 달립니다.

꽃은 6-7월에 황갈색으로 핍니다.

꽃의 빛깔이나 모양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요.

어쩌면 찌그러진 항아리처럼 생겼습니다.

꽃의 모양이 나비를 불러드릴 것 같지는 않지요?

대신 개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물론 개미 외에도 천마 꽃을 방문하는 곤충들은 많을 것입니다.

벌써 꽃이 떨어진 부분도 보입니다.

열매는 길이 1-1.5cm의 타원형으로 8-10월에 익게 되지요.

사진으로는 알 수 없으나 뿌리의 덩이줄기가 비대해져 긴타원모양을 하고 가로로 뻗는데, 이것을 천마(天麻)라 하여 약용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녹색 풀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천마들이 몇 개체 더 보이더군요.

황갈색 난초가 특이하게도 생겼습니다.

아, 천마가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숲 하부의 기다란 풀잎에는 언제 나온 것인지 매미의 허물이 매달려있더군요.

조만간 숲에서 매미들의 합창이 들려오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