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새를 불러 모으는 열매와 갓 피어나려는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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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새를 불러 모으는 열매와 갓 피어나려는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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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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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새를 불러 모으는 열매와 갓 피어나려는 꽃봉오리

       
       

 

매서운 바람이 불고 간혹 눈이 흩날리는 날입니다.

하늘은 대체적으로 구름에 가려 흐릿한데 난데없이 붉은 열매들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눈에 뜨이더군요.

‘아그배나무’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바람결 따라 날아왔는지 직박구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있더군요.

평소에는 요란하게도 울어대더니만 오늘은 아주 차분한 모습입니다.

 

 

직박구리가 이 나무에 앉은 이유가 있겠지요?

마른 열매들이지만 풍성하게 매달렸으니 새들에게는 고마운 나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직박구리는 총총거리며 열매들을 살펴보다가 그 중 마음에 든 열매를 따서 날름 삼킵니다.

 

 

아그배나무는 5월에 풍성하게 꽃피웁니다.

연한 홍색으로 핀 꽃은 조금씩 하얗게 변해가지요.

봄에 풍성하게 꽃을 피운 만큼 가을이면 둥근 모양의 열매들을 많이도 매달아 놓습니다.

열매는 붉은빛이나 살짝 노란빛이 감도는 붉은빛으로 익어 겨우내 매달려 있기도 합니다.

 

 

나무껍질이 너덜너덜한 아그배나무 줄기 너머로 아그배나무와는 달리 늘푸른 잎을 가진 나무들이 보입니다.

 

 

그중 ‘동백나무’가 눈에 뜨이더군요.

 

 

녹색으로 반들거리는 잎으로 무장한 나무는 가지마다 벌어진 열매껍질들을 마른 꽃처럼 풍성하게 매달아 놓았더군요.

 

 

물론 어떤 나무는 붉은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기도 합니다.

동백나무는 높이 7m정도 자라는 상록활엽소교목입니다.

꽃은 빠르면 12월에부터 피기 시작하여 다음해 3-4월이면 절정에 이릅니다.

그 시기엔 꽃으로 파고드는 동박새들의 지저귐으로 아주 시끌벅적해지지요.

 

 

눈 내리고 찬 기운 감도는 날씨에 피어나려는 꽃봉오리들이 안쓰럽긴 하지만 두툼한 잎 사이에서 봉긋 솟아오른 꽃봉오리는 추위에 휘둘리지 않고 곱게 피어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른 나무의 가지에는 아직 종자를 떨어뜨리지 않은 열매들도 매달려 있습니다.

둥근 열매는 붉게 익어서 세 갈래로 갈라지는데 세 개의 방안에는 잣모양의 암갈색 종자들이 들어 있지요.

3-9개 정도 모여 있던 종자들은 과피가 벌어지면서 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바닥에 이미 떨어진 열매들이 이리저리 나뒹구는데 그중에는 아직 마른 껍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종자들도 보입니다.

 

 

동백나무들이 모여있는 하부가 따뜻했는지 간밤에 머물다간 동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마른 열매의 겉에는 새의 깃털이 붙어 있고, 바로 그 옆에서 자라던 어린 동백나무의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렸던 잎들은 누군가가 뜯어먹은 흔적이 뚜렷하였지요.

 

 

그 주변을 살펴보면 어미 나무 바로 아래로 떨어져 그대로 싹을 틔운 어린 개체들이 많습니다.

이 어린 동백잎들도 드문드문 뜯겨있더군요.

주변에 노루 발자국이 낭자한 것을 보면 노루들이 뜯어 먹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갑자기 푸드득 근처 동백나무 가지에서 멧비둘기가 혼비백산 날아갑니다.

동백나무 아래를 살피는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다 점점 가까워지니 위험을 느낀 모양입니다.

사실 새만큼이나 사람도 놀랐다는 것을 저들은 알고 있을까요?

 

 

그런데 사람은 녹색 잎을 매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에 머물러도 추운 날씨를 이겨낼 도리가 없더군요.

그래도 잎의 보호를 받으며 붉은빛 꽃잎을 펼치려는 꽃봉오리들은 잘 버티고 따뜻한 날 곱게 피어나리라 여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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