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2공항 논쟁은 끝났다, 공동 검증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자(2)
상태바
(기획특집) 제2공항 논쟁은 끝났다, 공동 검증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자(2)
  • 박찬식
  • 승인 2023.05.09 0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24시간 운영 공항이라는 ‘숙원’을 배신한 제2공항

본지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조금 높긴 하지만 여전히 제2공항에 대한 찬,반 대립은 첨예한 도민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원고는 그동안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해 온 박찬식 위원의 그동안의 경과와 함께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정리한 내용이다.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편집자주)

 

 

거짓·부실이 거듭 확인된 전략환경영향평가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지금의 성산 후보지가 공항 입지로 타당한가는 사전타당성 용역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되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된 이후 논란은 더 커졌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하는 전문기관과 환경부가 성산 후보지의 환경적 타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평가서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토기관들이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았다고 제시한 환경 쟁점은 4가지였다. 첫째는 조류충돌 예방과 조류서식지 보호를 조화시킬 방안, 둘째는 숨골의 보전가치 평가와 보전방안, 셋째는 소음평가의 적절성, 넷째는 법정보호종 보호대책 등이다.

초안만 공개되었을 뿐, 그 이후 두 차례의 보완 요구, 반려 후 보완가능성 용역 등이 3년 넘게 진행되었지만, 본안이나 이에 대한 검토기관들과 환경부의 검토의견(보완 또는 반려의 구체적인 내용), 국토부가 보완한 내용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베일에 쌓여 있었다.

지난 3월 초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로 통과시킨 후에야 본안과 검토 및 협의의견이 공개되었다. 이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기본계획안이 공개된 직후에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검증 활동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기본계획과 관련하여 중대한 문제점들이 확인되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주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2공항 건설 계획의 적정성 문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국토부의 수요예측은 제2공항 건설계획을 결정할 당시 연간 4,560만명에서 3,970만명으로 6백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더구나 이 수요예측은 고령화 추세 등 중요한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과잉예측임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왜 연간 3,15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현 제주공항보다도 훨씬 더 큰 165만평의 대규모 제2공항을 지어야 하는가?

그래서 우리는 제2공항이 민군겸용의 공군기지로 쓰이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질문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까지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순수 민간공항’이라는 주장만 있을 뿐, 그렇다면 왜 수요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과도한 규모로 불필요하게 환경을 훼손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공항을 지어야 하느냐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조류 서식지를 보호하면서 조류충돌의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냐는 문제다. 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들은 이번에 다시 제출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이번 검증 과정에서 조류충돌의 위험성 평가가 축소·조작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조류충돌의 심각성(충돌시 피해가능성)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기준은 조류 종별 개체의 크기와 무리 짓는 정도다. 그런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기존 국내 공항에서 조류충돌이 발생한 건수 중에서 피해가 발생한 건수로 바꾸어 버렸다.

그로 인해 국내공항에서 충돌이 보고되지 않은 종은 모두 평가에서 제외되었고, 충돌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종은 피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 결과 제2공항 주변에서 발견된 172종의 새 중에서 불과 39종만이 평가대상에 포함되었고, 12종만이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3천여 건의 조류충돌 중 12%인 364건, 피해가 발생한 238건 중 11%인 26건만이 충돌한 조류 종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국내 조류충돌 통계를 기준으로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은 통계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넌센스에 불과하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축소·조작했음에도 제2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은 현 제주공항의 최대 8.3배로 나타났다. 제대로 평가했으면 조류충돌의 위험성은 현 제주공항의 수십 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기준을 바꾸었냐고 물었다. 공항으로부터 8km 이내에는 철새도래지와 같은 조류보호구역을 둘 수 없게 법령에 명시되어 있는데, 제2공항 후보지 주변 하도, 종달, 오조, 신산, 신천 등 철새도래지들에 대한 아무 대책이 없으니 충돌위험성을 축소·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언론의 취재에 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하겠다는 얘기뿐이다. 지난 4년 동안 수차 보완해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환경영향평가에서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셋째, 숨골과 물 문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했던 전문기관들은 숨골의 보전가치를 평가하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내놓은 숨골의 보전가치 평가는 황당의 극치다. 숨골의 가치를 평가해서 등급을 매겼는데, 지하수 함양과 관련해서는 25%의 가치만을 부여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오염 여부, 원형보전 여부, 겉으로 드러난 크기, 자연생태등급, 생물서식, 접근성, 안전성 등 숨골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요소로 평가하여 문화재 등급 매기듯 등급을 매겼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물이 빠지는 숨골인데도, 밭을 개간하면서 배수가 잘되게 수로를 연결하거나 숨골 주변을 정비한 곳들은 모두 인공숨골로 규정했다.

이렇게 해서 153개의 숨골 중에서 21개만을 보전가치가 있는 숨골로 규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물었다. 숨골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가? 숨골의 유일무이한 가치는 빗물을 빨리 지하로 흘려보냄으로써 지하수를 함양하고 홍수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숨골의 보전가치는 지반공사로 165만평에 있는 숨골이 막힐 때 지하수 함양과 홍수피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 국토부는 답이 없다. 부지조성을 위한 절성토로 지하의 물길이 막힐 가능성과 그로 인해 피해도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넷째, 제2공항 후보지 부지내 동굴의 분포 가능성이다. 우리는 기본계획의 지반조사, 특히 시추조사 결과에서 대형 동굴을 포함하여 다수의 용암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추조사 결과, 하나의 화산에서 흘러온 동일 용암류로 형성된 암반층 중간에 2m 전후에서 9.6m에 이르는 클링커층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점도가 낮은 파호이호이 용암지대에는 시루떡 모양의 용암단위(lava units) 사이에 수십센티에서 2m 내외의 클링커층은 형성될 수 있어도, 수미터에 이르는 두꺼운 클링커층이 형성되는 것은 화산지질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동일 용암류로 형성된 암반층 사이에 존재한다는 5~10m 높이의 두꺼운 ‘클링커층’은 용암동굴일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클링커층’으로 표시된 부분이 동굴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대규모 클링커층이 지하수 고속도로이자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는 KBS의 후속 보도는 60만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제주의 지하수는 예민한 문제임을 말해준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숨골을 통해 엄청난 양의 빗물이 순식간에 빠진다는 것은 지하에 물이 담기고 흐를 수 있는 지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화산지질학적으로 숨골은 용암동굴의 천장창(skylight)으로 정의된다.

공항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숨골을 없애고 지하동공들을 메워버렸을 때 지하수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평가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용암동굴지대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로 넘길 일이 아니다. 지금 즉각 공동 검증에 응하라.

 

성산 후보지가 환경 측면에서 입지로서 타당한가의 문제는 사실 입지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사전타당성 검토에서 충분히 다루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문제가 된 쟁점들은 입지 선정의 평가항목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철새도래지의 경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이동성 장애물’이라는 항목으로 평가되었지만, 제2공항 입지평가에는 항목에 들어있지 않았다. 지반조사의 경우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별도 보고서를 낼 정도로 상세히 조사했지만, 제2공항의 경우에는 책정된 예산마저 반납하고 문헌 검토로 대체했다. 숨골이라는 제주도 특유의 지형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었다.

제 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공항확충의 대안 검토와 입지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8년째 갈등을 겪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동굴가능성 문제, 지반공사에 따른 숨골과 암반층 파괴, 지하동골 되메우기가 지하수에 미칠 영향, 조류충돌의 위험성 등은 지금 단계에서 확실하게 검증하고 넘어가야 한다.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나서 환경영향평가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계획이 고시될 경우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에 수백억원의 혈세가 들어간다. 이런 중요한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기본계획이 고시되고 환경영향평가가 제주도로 넘어오게 되면 수년간 제주도는 그 갈등의 블랙홀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소모족인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 제기된 핵심적인 의혹과 쟁점에 대해서는 바로 지금 검증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는 국토부와 환경부, 그리고 제주도정 모두의 책임이다.(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