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청렴한가? 흔히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렴만 강조하다 보면 유연함을 잊게 되어 적극 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중국 명나라에 ‘해서’라는 유명한 청백리 공무원이 있었는데 그는 정2품의 고위 공직자였지만, 죽은 다음에는 돈이 없어 동료들이 돈을 걷었다는 장례를 치렀다는 일화가 있고, 더 대단한 것은 해서가 평생토록 이런 수준의 청렴함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인데...
그는 평생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못해 매정하다고 해야 할까, 그는 강직함으로 때문에 여러 번 파직을 당해야 했다. 그의 공직 생활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부패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었다는 호평도 있고 결벽증에 가까운 강박적인 행정으로 주민들과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공직자들은 “해서”의 어떤 면을 취하고, 또 어떤 면을 버려야 할까? 만약 많은 공직자가 법과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행정서비스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생각할 때 유연함이 없는 강직함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렵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유능한 것이다.
청렴하되 무조건 강직해서는 안 된다. 유연과 강직의 딜레마 속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라는 주체이기에, 사회적 관계의 중간에서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것을 요구받는 것이 바로 우리 공직자이며 청렴과 함께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공직자가 지켜야 할 규정들을 잘 숙지하고 유연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청렴이라는 나침반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적극 행정서비스의 미로 같은 골목 안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