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엄마의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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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엄마의 잔소리
  • 고관혁
  • 승인 2013.03.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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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공간정보관리담당 고관혁

서귀포시 공간정보관리담당 고관혁
오늘도 어김없이 집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아들 방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다. 오늘 공부 끝이라며 목욕 준비로 부산떨던 아들은 순간 얼음이 돼 버렸고, TV에 집중했던 나도 더불어 긴장한다.

 

이번엔 아들 필통이 문제가 된 모양이다. 엄마의 잔소리에 아들 녀석은 또 변명이다. 연필심이 부러지지 않게 조심 하랬건만 그게 지켜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들은 이번에는 진짜 조심했는데 왜 부러졌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한다. 이럴 땐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다.

 

초등학생인 아들의 눈엔 엄마는 지옥에서 악인을 감시하는 저승사자로 보일 것이다. 숙제·공부·책읽기 같이 하기 싫은 일만 골라 강제하는 것하며, 잠깐 엄마 눈을 피해 카드놀이라도 할라치면 귀신같이 알아내 불호령 내린다. 더구나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TV나 만화, 게임 등은 하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아들은 청개구리다. 공부하라 하면 아들은 대답만 크게 한다. 가서 보면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다. 지적해야 마지못해 30분이다. 그런데 게임 30분만 하라 하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밤샘을 불사할 정도로 열심이다. 숙제도 꼭 확인해야 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가 챙겨야 하니, 느는 건 잔소리뿐이다. 그러니 엄마와 아들은 매일 전쟁이고 숨바꼭질이다.

 

자녀에 대한 교육을 얘기할 때 흔히 비유하는 인물은 에디슨의 어머니이다. 에디슨 어머니는 ‘오리알 품기’ 같은 호기심 많은 에디슨을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못하자 자신이 직접 가르친다.

 

모두가 에디슨을 바보라 여겼지만, 에디슨의 어머니는 단지 조금 특별한 아이일 뿐이라 생각했다. 만약 어머니가 정규 교육만을 고집했다면 발명왕 에디슨은 이세상에 없었을지 모른다. 아마 멸시의 손가락질 때문에도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겨우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들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념이 위대한 에디슨을 만든 것이다.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면 누구나 엄마의 잔소리를 그리워한다. 나 역시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싫어 귀에 솜을 막고 다닐 때도 있었다.
 

 

지금은 쇠잔해버린 어머니를 보며 어릴 적 그렇게 싫던 꼬장한 잔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가시밭길 같은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을 길러주고 싶다는 아내의 자식사랑.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도움을 청하는 애처로운 아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귓속말로 아들은 엄마의 잔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한다. 아들도 알까. 엄마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대하다는 사실을. 엄마의 잔소리가 진정으로 그리워질 때면 엄마가 한없이 작아져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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