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과 닮은 김부일
상태바
고건과 닮은 김부일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0.08.31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칼럼)환경부지사와 명도암 주민들의 대화를 보며



지난 1998년 7월 민선2기 고건 서울시장이 취임 며칠 후 생긴 일이다.
당시 서울시청 기자실은 2층에 있었고 서울시장 집무실은 3층에 있을 때였다.


2층에서 떠들썩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시민 20-30명이 3층으로 올라가려 하고 있고 3층 계단을 막아선 경위들과 실강이를 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대문구 주민들이었다.
"마을 옆으로 길을 내버려 목숨 걸고 길을 건너게 됐다"며 서울시장에게 개선을 요구하러 온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경위들이 막아서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누가 뽑은 시장이냐. 시장 나와라"하는 소리를 연신 지르며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밀고 밀치면서 실강이를  하는 사이 "여기 시장 나왔어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건 시장이 3층 계단에 서서 외친 소리였다.


의외의(?) 목소리에 주민들은 여기저기서 또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


고 시장은 "잠깐만요. 여기 대표자 분 계시죠. 대표 3분만 저를 따라 오세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바로 옆에 국장실이 있으니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세요"라고 말하며 대표자 3명과 함께 시장집무실로 향했다.

이와 똑 같은 일이 30일 제주도청에서도 벌어졌다.


어묵공장 허가에 대해 의혹이 있다며 항의를 하러 온 명도암 주민들과 김부일 환경부지사의 만남이 꼭 이런 식이었다.


전격 면담.


도지사를 만나러 왔다가 도지사의 차량 앞을 막아서며 하소연 하려 했던 마을 주민들은 도지사가 떠나버리자 허탈해 하는 순간 김부일 환경부지사가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즉석 면담 요청에 김 부지사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주민 대표 4명과 마주 앉은 부지사는 이들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꼼꼼히 메모해 가며 끝까지 경청했다.


더욱이 대학 시절 활동했던 명도암에서의 추억까지 소개하며 이들 주민들과 가까운 관계임을 나타내며 친근감까지 느끼게 했다.


주민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처음 큰소리를 치며 분노를 표출했던 모습과는 달리 순한 양(?)처럼 부지사의 얼굴을 보며 얘기할 수 있었다는 데에 우선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 것 같다.


김 부지사도 "내 친구 어머니도 함께 오셨더라"며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청와대를 비롯 중앙의 모든 관련 부처와 정당에 보낼 공문을 모두 만들어 뒀으나 환경부지사의 말을 믿고 잠시 이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998년 고건 서울시장은 당시 매주 토요일에 열렸던 시민과의 대화의 자리에 항의차 방문했던 주민들을 불러 문제를 파악한 후 주민들의 요구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보상가격을 지급토록 하는 등 주민들의 숙원을 풀어준 바 있다.


김부일 환경부지사는 이번 명도암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악,주민들에게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중환 명도암마을회장은 면담 말미에 김부일 환경부지사에게 "직원들에게 목민심서를 읽도록 책을 한권씩 사 주라"는 요청을 해 공무원들에 대한 아쉬움을 애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목민이란 주민의 마음을 읽고 이들의 어려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이다.
공직이라는 자리가 그런 자리임에 틀림없다.


이번 김부일 환경부지사의 명도암 주민돌과의 전격 면담을 보면서 진정한 목민이 어떤 모습인가를 잘 보여 준 사례로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제주도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늘 환경문제임에 틀림없다.
청정 제주를 훼손시키는 문제를 주민들이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부일 환경부지사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
그 첫 사례가 될 환경부지사의 임무를 김 부지사는 명도암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시작했다.


문제는 하소연할 데라도 있었으면 할 때 곁에 내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안심되고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대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는 말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고건 전 서울시장과 김부일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는 이런 역할을 잘 했던 공직자로 기억될 듯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