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계곡탐방로 중간쯤에 기다란 때죽나무 가지가 가로 누워 있더군요.
아마도 한동안 가지를 누르고 있던 눈과 어제의 거센 비바람 때문에 죽어가는 가지가 버티지 못하고 꺾인 듯 합니다.
길게 드러누운 가지에는 때죽도장버섯이 자라고 있습니다.
때죽도장버섯은 때죽나무 고사목에서만 발생하는데 제주에서는 거의 일 년 내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어린 왕쥐똥나무가 쓰러진 때죽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더군요.
나무가 쓰러질 때 곱게 자라던 어린나무를 무참히 꺾어버린 것입니다.
사그라져가는 생명이 안타까워 탄식을 하는데 그 너머 눈 녹은 자리에서 고개를 내미는 세복수초가 보입니다.
세복수초가 무겁게 덮고 있던 낙엽을 밀어내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갓 낙엽을 헤치고 모습을 보인 세복수초의 얼굴에는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내일이면 활짝 피어나려나?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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