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잘랐다..우리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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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잘랐다..우리 살려주세요.."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8.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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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비자림로, 환경단체 회원들 현수막 걸며 공사중단 요구 봇물
 
 
 

 

“잘라도 너무 많이 잘랐다..”

비자림로 도로확장을 위해 비자림로 삼나무를 무참하게 잘라낸데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높은 가운데 지난 25일 다시 찾은 비자림로는 커다란 그루터기들이 신음하듯 남겨져 있었다.

현장에는 공사를 중단하라는 요구와 생명의 숲을 살리자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문구 중에는 “우리 살려주세요..”라는 나무들의 신음소리도 들어있었다.

이날은 특히 제주환경문화시민연대(회장 손재익) 소속 회원들도 이곳을 찾아 ‘공사중단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걸고 비자림로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이 도로에 대한 확장은 주민들의 오랜 요구로 알고 있지만 조금만 더 넓히면 될 것을 너무 많는 삼나무를 잘라내 문제를 더 크게 만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사실 자동차가 그렇게 많이 다니는 도로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만 넓혔다면 이처럼 시민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 베어진 삼나무는 거의 치워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삼나무들이 이곳의 참상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던 그 자랑스런 역사는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이날 이곳을 돌아보며 삼나무가 잘려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던 곳은 허허한 벌판으로 변했고 이를 바라봐야 하는 도민들의 마음도 아픈 실정이다.

손재익 대표와 김희청 사무국장

서귀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희철 사무국장 등 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손재익 제주환경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이런 일이 다시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에서 회원들과 함께 항의 차원에서 현수막을 걸게 됐다"며 "공사는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지역 도로공사는 중단된 상태이지만 아직도 도로 곳곳에 공사를 알리는 빨간색 표시가 줄을 이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언제든 삼나무 벌채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였다.

다만 제주환경을 걱정하는 환경관련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걱정이 큰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기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정은 일단 저질러놓고 사후 해결책을 강구하는 전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전 검증과 협의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발만이 능사인 시대는 이미 갔다는 사실을 비자림로 삼나무 무차별 벌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환경파괴의 실상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그냥 놓아두어도 좋을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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